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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랑스 체험-2> 한국사회연구소와 한국어 교육

프랑스에 온 이튿날 오전에는 유치원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문교수가 학생들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였다.

문교수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영국에 가서 석사를 공부하고, 프랑스로 건너와서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다른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다가 1년전에 루앙대학으로 왔다. 루앙대학에는 한국학으로 지원을 해서 김박사님의 ‘한국사회문화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 연구소는 매우 활성화되어 현재 한국어를 배우는 프랑스 학생이 90명가량 등록이 되어있고, 학생이 아닌 일반사람들도 12명이나 등록을 하여서 박사님과 총장님은 공간을 새로 하나 마련하려 하신다.

학생을 만나러 가면서 내 머릿속에는 ‘한국 학생이거니’ 하는 생각으로 차 있다가 완전한 프랑스인 남학생 세 명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기에 나는 정말로 놀랐다. 그래서 “프랑스 학생이었어요?” 하고 문교수에게 물으니 “네 ~” 하고 별것을 다 되묻는다는 태도로 심드렁하게 받았다. 그러더니 “너희들이 먹고싶은 것 먹어라. 오늘은 내가 쏜다”하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는 3학년 학생과 2학년 학생은 알아듣고 아직 새내기인 1학년 학생은 3학년 학생이 통역을 해주어서 알아듣고는 좋아서 야단이다. 나는 “내가 살께요”하였더니 “한국에 가면 맛있는 것 사주세요. 여기서는 손님이니까 내가 사드릴께요. 여기는 값이 싸거든요” 하면서 음식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음식도 좋고, 값도 참 저렴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려 하니 3학년 학생이 두 손으로 내 컵에 물을 따른다. 내가 웃음이 나서 “한국 예의도 배웠어요?” 물으니 “네” 하고 대답하고, 내가 미안해서 물을 따라주니 두 손으로 받아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마신다.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어디서 배웠어요? ” 하니 문교수가 “내가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매일 매일 배우고 있는데 3학년이 2학년을 배워주고, 또 새내기를 배워주고 그래요” 한다. 이 학생들은 각 학년 대표들로 아주 열심이란다. 며칠 후면 시내의 한 극장을 빌어 1주일 내내 한국영화만 상영하는 영화제를 한다고 준비할 거리가 많은데 열심히 돕는단다. 선생이 열심이니까 학생들이 열심인 것이다. 이 학생들은 2004년도에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다시 가고싶다고 요즈음 ‘저금’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박사님이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 결과가 이렇게 학생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3학년 학생인 한국어반 전체 회장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로 박사학위를 받겠다고 하며, 2학년 학생은 우연히 한국 영화를 보고나서 한국에 흥미가 생겼는데 문교수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한국어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하고, 1학년 학생은 선배들이 권해서 들어왔는데 ‘아주 좋다’고 야단이다.

몇년전에도 박사님은 내게 붓글씨를 배워서 프랑스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말씀하셨고, 또 당신이 동양철학을 가르치는데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아 1주일에 12시간이 넘게 강의를 해야하므로 힘이 든다고 한국에 파견교수를 부탁하여 강의를 맡겼다. ‘한국사회문화연구소’에 교수로 초빙된 사람도 문교수가 네 번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인 사람은 처음이라며 총장님과 박사님은 아주 즐거워하신단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도 한국학을 개설하고자 교수초빙을 했는데 자격에 맞고, 성실한 사람을 찾지못해 포기했다고 최근에 들었다. 박사님도 여러번 내게 그간의 속상했던 일들을 말씀하시곤 하셨다. 한국사회문화연구소는 몇 년동안 학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운영이 되다가, 몇 년간 루앙대학의 지원을 받고, 최근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도움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시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집성촌이 있단다. 문교수의 남편은 프랑스 사람으로 그 고을에는 이백여 명이 살고 있고 모두 한 집안사람들이며, 문교수가 결혼을 하였을 때 시할아버님이 프랑스의 치즈 종류를 가르쳐주며 먼저 먹어야 할 것과 나중 먹어야 하는 것, 후추를 곁들여 먹어야 하는 것들을 상세히 가르쳐주셨는데 순서를 무시하고 먹자, “너는 그 아까운 치즈를 맛없는 치즈로 입맛을 버린 다음에 먹느냐”며 다시 꼼꼼히 가르치셔서 할아버님이 돌아가신 지금 그것이 마음에 남는다고 한다. 문교수의 남편도 한국말 단어 몇 개를 배워서 ‘먹어’ ‘이리와’ ‘앉아’ 등 이리저리 조립하여 필요한 말들은 다 하는 것이 아주 신기하다고 문교수가 자랑을 하였다. 아들 둘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한국어 읽고 쓰기를 할 수 있다고 또 아주 자랑이다. 엄마를 잘 만나서 자연스레 두 개 언어를 배우고 있다.

프랑스도 요즈음은 점점 각박해져 간다고 김박사님과 문교수가 걱정을 하였다. 학생들의 취업과 관련하여 어려운 일들이 생기고 있단다. 요즈음은 동양의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프랑스 의사들이 맛사지를 배우러 홍콩을 다녀간다고 한다. 수지침은 집안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인데 연구소에서 개설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박사님과 총장님은 ‘한국사회연구소’를 ‘극동사회연구소’로 확대하고 싶어하신다. 지구촌은 유럽, 북미, 극동 세 지역이 큰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중국과 일본의 문화도 통합한 연구소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인 친구도 많고, 중국인 친구도 많으시므로 일본학과 중국학을 개설하는데 도움을 받을 있을 것인데 연세가 79세나 되셔서 그것이 큰 걱정이다.

이 학교에는 체육학과에 태권도 과목도 있고, 총장님이하 많은 교수님들과 시장, 부시장님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들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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