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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나의 미국체험> 일본에 관한 연구 발표장에서

미국에 살고 있더라도 한국의 소식을 옆집의 일보다 더 소상히 알려주는 각종 미이어의 발달로 약간의 노력만 하면 개인적인 일 즉 대웅이네 누나가 병이 나서, 강아지의 눈물과 소변이 좋지않음으로 강아지를 삼촌네 가져다주었다는 것과 같은 사건은 제외하고,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사실 각종 기계의 발달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어떤 일들이 있는지 등의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은 오히려 서먹하게 만든다. 예전에 꼬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 혼자서도 잘해요’ 라는 것이 있었다. 혼자서도 각종의 무생물 즉 기계의 도움으로 척척 필요한 것들을 해나가므로 다른 사람과 서로 섞일 일이 드물어진다.

내가 미국에 와서 초기에 정착하는 동안 무수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기계들은 사용법을 알아야 일을 해주고, 각종의 기관들은 필요한 절차를 요구하므로 여기 묻고, 저기 묻고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도 연락하고 만났다. 지금은 부하들 즉 세척기,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컴퓨터 등등을 거느리고 혼자서도 잘하는 것들이 늘어나서 다른 이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래도 늘 사람의 도움과 살가운 인정이 필요한데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터키사람 Osman씨가 자신의 아내 Anne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동아시아에 관련된 발표가 있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동아시아하면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있다. 대단히 반가운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달하며 동시에 내가 ‘길치’라 혹시 그 발표에 참석하면 뒷차로 따라가겠다고 하였다.

Anne의 전공이 동아시아이며, Osman도 중국에서 지낸 경험이 있고 앞으로 중국에서 미래를 열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발표에 참석하려는데, 고맙게도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연락을 해준것이다. Anne은 중국에서 3년을 지내고, 한국에서도 잠깐을 지냈다는데 한국말을 퍽 잘했다. 언어를 배우는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한국의 아이들이 매우 점쟎다고 좋아하였다. Anne은 미국사람이다.

Columbia 대학에 계시는 일본언어와 문화전공의 교수가 일본의 대표적인 이야기, 피의 복수를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을 소재로 일본인을 분석하였다. 같은 내용이 시대별로 어떻게 달리 표현되었는지를 설명하였다. 장식성이 뛰어나고 화려한 그림들, 충성과 사랑과 복수 등 일반인들도 재미있어할 흥미진진한 내용의 그림들을 화면가득 보여주면서 유머를 섞어가며 하는 교수의 강의는 재미있었다.

일본 풍속화의 화려함과 유머러스함, 사물을 있는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요리조리 가지치고, 도두라지게 하고, 아름답게 꾸민 인공미를 감상하였다. 이쪽으로 가지치어 구부려 조화를 이루고, 저쪽으로 휘어 전체 구도에 맞추는 분재나 돌하나 하나 계획적으로 꾸미어 놓은 일본식 정원이 연상되었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사고는 일본 전체 즉 일본 국민의 의식속에도 있을 것이다. 전체를 구상하고 부분은 자리에 맞게 조정하여 넣는 것이다.

아무튼 그림을 보고 있는 내내 ‘참 멋있다. 참 이쁘다. 참 재미있다.’하고 보았다. 같은 동양권에 있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였는데 서양사람들은 거의 환상을 가지고 듣고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더군다나 서구 사람들은 외향적이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신기하고 이쁘다고 야단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일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아서 자연스레 일본을 두둔하고 호의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맥루언의 말에 의하면 현대 매스미디어의 사회에서는 ‘얼마나 잘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사람들에게 보여졌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느냐’가 중요하다. 가볍고 표피적인 것을 많이 보이고 띄워서 유명하게 만들면 ‘잘하는 것’이 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그러한 노력조차 하였는가? 하고 궁금해졌다.

모든 것을 무겁게만 접근할 필요가 있는가? 무겁고 신중한 것이 가볍고 접근 용이한 것보다 우월한가? 한국의 무거운 학문이나 정치나 클래식 음악 등이 가볍고 소란한 대중음악, 드라마 등보다 한국인의 삶과 행복에 기여한 바가 큰가? 일본은 만화같은 가벼운 분야부터 심해를 오가는 잠수함을 만드는 무거운 분야까지 각 분야의 성질에 따라 최고를 향해 가고 있다. 가벼운대로 무거운 대로 일본과 일본인의 행복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민화는 일본의 풍속화보다 화려함이 덜하지만 고유의 질박함과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이를 많이 보여주고, 설명하고 알리면 ‘볼수록 진미’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한국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은 많이 있는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설강하였다가 폐강하였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어느 회사가 제품을 만들었단다. 제품의 성능에는 자신이 있는데 홍보가 안되어서 사람들이 기피하므로 회사직원들이 직접 시장에 나가 ‘oo 있어요?’ 하고 모두 사가 물건이 없어서 야단하는 사태를 유발시켜 시장진출에 성공을 하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인들은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는 적절한 방법을 고안하려 하지 않고 포기부터 하는 것일까? 각국에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학생들을 지원하는 활동과 더불어 한국 대학내의 세계 여러나라를 연구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또한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발표장에는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석하였는데 내가 놀란 것은 내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님이다. 그 분은 거의 70세를 훨씬 넘긴 분처럼 보였다. 예전에 학교에서 근무하신분인지는 모르지만 발표에 참석하시어 열심히 듣는 것이다. 내가 정년퇴임한 다음 우리나라 대학에서 흥미있는 강좌나 발표가 있으면 들으러 갈 수 있을라나?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을까? 예전에 나는 내가 흥미로워하는 과학분야에 대한 토론이 내 집 주변의 대학에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가 민망하기만 하였다. 그 분야에서 서로서로 아는 분들만 모여 있는 것이다.

그 주제는 일반인에게 대단히 호응이 있을 만한 것이었다. ‘미아를 찾는데 유전자 감식법을 사용하면 예상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가’였다. 이러한 시도가 처음이라 내용은 더러 빈약한 면도 있었지만 해당 문제를 직접 담당하는 정부관계 연구소 위원들도 그 동안의 연구사례를 발표하기도 하여 들을 것이 있었다.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아쉬웠다. 미아를 찾고 있는 학부모단체들은 당연히 참석해서 듣거나 혹은 당사자로서 찬성과 반대를 발표해야 하지 않았을까?

학문적 성과나 발전을 위해 전문가나 관계자들만이 모여야 하는 자리에 일반인의 참여는 물론 모임의 성격상 어렵다. 하지만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져 교수들끼리도 서로의 다른 분야에 가면 대단히 어색하다. 같은 분야들끼리만의 만남보다 서로 다른 분야의 다른 시각 경청은 중요하다. 연전에 들은 미국 MIT대학의 학과별 교수 분포에 대한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다. 기계공학과에 기계공학분야 전공 교수의 비율은 70%이며, 나머지 30%는 읽기, 쓰기, 말하기, 경영학, 컴퓨터 그래픽 등 여타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대생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한 설명을 상대에게 알아듣게 설명하고, 알릴 수 있는 능력배양이 필요하며, CEO가 되기 위한 경영수업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이다.

2004년도에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들의 신소재 공학부 학술대회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내 연구실동에서 열렸다. 공학도들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신소재 제품에 관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내가 아주 관심있는 연구를 한 학생들이 있기에 다가가서 물었다. 인지기능이 딸린 자동차 타이어인데 노면의 상태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여 한 겨울 눈이 올 때는 겨울 등산화의 밑창처럼 타이어에 작은 철못을 도출시켜 미끄럼을 방지하여 체인을 감느라 고생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여름에 빗길을 운전할 때도 타이어 상태를 조절해주는 꿈의 타이어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보다 강한 유리물질 등도 있었고 지금보다 10배는 수명이 긴 배터리도 있었다.

학자들이나 관계 학생들의 연구물에 관한 성과와 토론이 끝난 후 일반인들이 참여하여 자유롭게 묻고 대답을 듣게 하면 일반인에게는 생활 속의 과학으로 다가온 친근한 공과대학을 알릴 수 있으며, 공학도들에게는 제품을 사용할 사용자들의 요구를 듣고 연구방향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현장교육 시간이 될 것 같다. 문제는 과학도들의 설명방식에 대한 훈련이다. 어려운 전공언어의 나열이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쉽게 설명하는 말하기와 설명하기의 훈련이다.

이 미국대학의 동아시아연구는 한 교수님이 개설하여 시작한 것인데 올해 12회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교수님은 미국분이나 부인이 중국분이며 교수로 함께 동아시아 연구를 시작하였다. 바깥분은 돌아가시고 부인되시는 중국인 교수님은 만나뵈었는데 중국과 일본을 연구하셨단다. ‘왜 한국은 연구하시지 않으셨어요?’하고 여쭈어보았더니 매우 당황해하셨다. 송구한 마음이 들어 황급히 사과하였다. 올해의 주제는 일본이며, 내년에는 중국, 그 다음 해엔 한국이라는데 진짜 한국이 예정되어있는지는 모르겠다.

왜 미국은 대학내에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시키는가? 대국적 차원에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것이다. 패망한 일본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일본에 관한 연구를 인류학자에게 맡긴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면 왜 일본은 미국학자 등 외국의 학자들에게 일본역사와 문화를 연구시키는가? 일본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넓히고, 세계 사람들에게 일본에 호의를 가지도록 하는데 교수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그들의 프로그램에서 각 국에서 그 분야를 담당하는 교육부 관계자 한 분과 핵심 대학의 교수 한 분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였다.

이 두 사람이 가지는 전파의 힘은 대단히 큰 것이다. 교수가 프로그램을 만들면 교육부 관계자는 공문을 띄워 교사들을 연수시키고 몇 년은 그 프로그램이 시행될 것이다. 한 사람의 교사는 또 수십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학의 경우 제자들이 다시 교수가 되는 경우 그 제자들에게 또 다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국가나 국민에 대한 호의를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본다고 요르단의 관계자들도 시행을 검토한다고 견학하고 갔었다.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연구자의 발표를 듣는 자리에서 떠오르는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모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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