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수)

  • 흐림동두천 -0.4℃
  • 구름많음강릉 5.0℃
  • 박무서울 1.3℃
  • 박무대전 0.0℃
  • 연무대구 1.2℃
  • 구름많음울산 4.0℃
  • 박무광주 0.8℃
  • 맑음부산 3.4℃
  • 구름많음고창 -2.3℃
  • 구름조금제주 4.7℃
  • 구름많음강화 0.8℃
  • 흐림보은 -2.2℃
  • 흐림금산 -2.6℃
  • 맑음강진군 -1.3℃
  • 구름많음경주시 2.7℃
  • 맑음거제 2.4℃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라이프

[김민철의 꽃과 문학] 한강 작가의 동백나무는 왜 눈물을 흘릴까

 

몇 달 전 스페인 출신 롤라와 소피아 씨가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 배경지를 여행하는 EBS 프로그램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롤라와 소피아 씨는 소설 속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나무껍질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 같다’는 대목을 술술 외우고 있었다. 필자는 그때까지 이 소설집을 읽지도 않아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었다. 명색이 소설 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서둘러 소설집을 구해 읽었다.


<여수의 사랑>은 한강이 1995년 낸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여수의 사랑’은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20대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20대다운 발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취업이나 연애 이야기도 아니다. 딱 한 세대 전인 1990년대 두 20대 여성은 무엇 때문에 지쳐서 힘겹게 살았을까.

 

트라우마 가진 두 20대 여성 이야기
화자인 정선은 여수가 고향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두 딸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그 트라우마로 고향을 다시 찾지 않았다. 월세를 반분(半分)할 룸메이트로 들어온 자흔은 여수가 고향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서울역에 도착한 여수발 통일호 안에서 강보에 싸인 아기로 발견됐다. 태어난 곳이 여수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정선은 어릴 적 기억 때문에 지독한 결벽증과 구토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자흔은 행동거지에 조심성이라곤 없어 몸 여기저기가 멍투성이다. 두 사람이 지닌 공통점이라면 늘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엔 여수의 풍경이 곳곳에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오동도다. 자흔의 말로, 오동도 동백나무가 나오고 있다.

 

여수항의 밤 불빛을 봤어요? 돌산대교를 걸어서 건너본 적 있어요? 오동도에 가봤어요? 돌산도 죽포 바닷가의 눈부신 하늘을 봤어요? 오동도에 가보았어요?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나무껍질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 같아요…

 

동백나무 나무껍질이 회갈색으로 인상적이긴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이 소설이 두 여성 내면의 상처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니 그들의 눈에 동백나무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보인 것 같다.


결국 두 계절이 지난 후, 화자의 결벽증을 견디지 못한 자흔은 어느 날 아침 사라진다. 정선은 ‘예리한 칼날이 겨드랑이로부터 젖가슴까지의 살갗을 한 꺼풀 한 꺼풀 저미어 오는 것 같은 슬픔’을 느끼며 자흔을 찾아 여수행 열차에 오른다. 소설은 정선이 열차 안에서 자흔과의 만남에서 결별까지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였다. 정선과 자흔은 여수에서 다시 만나 화해할 수 있을까.


이 소설집은 한강에 입문하기 좋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소설이 좀 버거운 독자라면 이 첫 소설집으로 한강 소설 읽기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소설집엔 표제작을 포함해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질주’ ‘진달래 능선’ 등 단편 6편이 실려 있다.

 

 

동백꽃은 2~3월이 절정
2월은 동백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시기다. 동백나무가 한겨울에 꽃이 피는 것은 곤충이 아닌 동박새가 꽃가루받이를 돕기 때문이다. 동박새는 동백꽃 꿀을 먹는 과정에서 이마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나른다. 동박새는 참새보다 작지만, 추운 겨울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꽃가루를 나르고 벌레를 잡아먹는다. 동백나무숲에 가면 분명 동박새가 있는 것 같은데, 워낙 재빠르게 움직여서 관찰하거나 사진으로 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요즘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에선 동백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활짝 핀 꽃들도 볼 수 있는데, 애기동백꽃이다. 동백꽃은 1월에 피기 시작해 2~3월에 만개하고 4월까지 피지만, 애기동백꽃은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12월에서 1월이 절정이다. 1월 하순에 제주도에 가면 애기동백꽃이 많이 진 것을 볼 수 있다.


동백나무와 애기동백나무를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포인트는 꽃잎이 벌어진 정도를 보는 것이다. 동백나무꽃은 꽃잎이 벌어질 듯 말 듯 살짝 벌어진 정도인데 애기동백나무꽃은 활짝 벌어져 있다. 나중에 꽃잎이 떨어질 때도 동백꽃은 송이째 떨어지지만, 애기동백꽃은 꽃잎이 하나씩 흩날린다. 애기동백나무는 일년생 가지와 잎 뒷면의 맥, 씨방에 털이 있는 점도 다르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일본에서 자생하는 나무지만, 애기동백나무는 일본 원산으로 도입한 재배 식물이다. 꽃이 더 화사해서인지 애기동백나무를 더 많이 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동백나무 열매에서 짜낸 기름은 옛날에 어머니들 머릿결 손질에 쓰였다.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에서는 생강나무 열매로 동백기름을 대신했다고 한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꽃이 붉은색이 아닌 ‘노란 동백꽃’인 이유는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이 상록수 동백나무꽃이 아니라 생강나무꽃이기 때문이다.


동백나무는 절 주변에서 숲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광양 옥룡사지 등에서 동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절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은 것은 두껍고 늘 푸른 동백나무잎이 불에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산불이 났을 때 방화수(防火樹) 역할을 하라고 절 주변에 심은 것이다.


산림청은 동백나무 외에도 아왜나무·굴참나무·황벽나무 등을 대표적인 내화수종으로 꼽고 있다. 특히 아왜나무는 1차로 두껍고 커다란 잎이 불을 막아주고 나무 몸통이 탈 때는 속에서 거품이 나와 방화수 역할을 하는 나무다. 마치 거품이 표면을 덮으면서 차단막을 만들어 ‘뽀글뽀글 거품나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남해안 일대를 여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굴참나무와 황벽나무의 공통점은 수피가 두껍게 발달했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나무는 화마가 덮칠 경우 살아남지 못하지만, 굴참나무와 황벽나무는 수피 코르크질이 두껍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특히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봄철엔 잎도 없어 굴참나무나 황벽나무 숲에서는 불이 빨리 번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산림청은 중부지방의 경우 사찰 등 산속에 있거나 산과 인접한 건물 주변은 굴참나무나 황벽나무를 심도록 권장하고 있다.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