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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뷰] 본능을 유혹하는 악마

살면서 무언가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 머릿속에 천사와 악마가 있어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는 경우 다들 자주 경험하시죠? “이거 해야 돼. 인마! 넌 할 수 있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아니야,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까, 오늘은 쉬어도 돼! 그냥 배민에서 마라탕 시켜! 1시간만 더 자!”라고 유혹하곤 하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악마의 속삭임을 이겨내나요? 보통은 악마가 이기거든요. 그럼, 진짜 이런 악마의 부위와 천사의 부위가 뇌에 있을까요, 없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실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우선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준비해 본 뇌 사진을 살펴볼까요?
  
우리에겐 본능과 감정이 있죠. 본능대로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게 되죠. 이렇게 일차원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끊임없이 우리의 본능을 유혹하는, 악마 역할을 하는 뇌 부위가 바로 뇌의 중심에 위치한 파란 색깔의 변연계라는 부위입니다. 특히 변연계 중 편도체라는 부위가 그런 기능을 담당합니다. 


반대로 천사 역할을 하는 부위는 전전두엽입니다. 이마 쪽에 딱 붙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해 주고, 우리가 사회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죠. 


이 악마와 천사는 끊임없이 싸웁니다. 하지만 변연계 부위가 워낙 원초적인 본능·감정의 영역이라서 대부분 본능이 이성을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Q1. 왜 항상 천사(이성)가 지고 악마(본능)가 이깁니까?
우리 뇌는 사실 생존에 직결될수록 더 영향력이 큽니다. 한 3일 굶었는데, 수학문제가 풀리겠어요? 급똥 마려운데 책이 읽히겠어요? 일주일 밤을 새웠는데, 잠 안 자고 업무를 볼 수 있겠어요? 즉 본능을 이길 수가 없어요. 특히 이 전전두엽의 가장 큰 문제는 오로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만 한다는 겁니다. 변연계 특히 편도체의 입장이나 생각을 잘 안 해줍니다. 사실 뭐든 너무 극단적으로 편 가르기 하면 원만한 합의가 안 되거든요?

 

Q2. 그럼 천사와 악마를 중간에서 좀 원만하게 합의시켜 주는 “4주 후에 봅시다” 이런 판사 역할은 없습니까?
정말 다행히도 이러한 전전두엽의 부위 중에서 제일 아래쪽에 위치한 안와전두피질 부위가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우리 눈알 바로 뒤쪽에 있어서 안와전두피질(Orbital Frontal cortex, OFC)이라는 이름이 붙어졌죠. 오른쪽 그림의 빨간색 화살표가 보이시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정확하게 전전두엽과 편도체 사이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는 포지션입니다! 즉 천사와 악마의 싸움을 중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부위는 적당히 중재해서 중도 포기를 안 하게 만들어주는 부위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편도체에서 일차적인 욕구, 즉 본능에 대한 생각이 들면 전전두엽에서 오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편도체에서 나온 그냥 본능적인 행동도 아닌, 그 사이 적당한 합의점을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밤새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전전두엽은 ‘야, 게임하지 마! 너, 게임 계속하면 망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편도체는 ‘싫어. 그래도 계속할래!’ 하며 싸우죠. 안와전두피질은 이때 ‘야, 그래도 한 2시간 했으면 이 정도에서 만족하자. 내일 또 하면 되잖아. 오늘은 그만!’ 이렇게 ‘적당히’를 가르쳐줍니다. 일종에 양심 역할을 하는 거예요.


Q3. 그럼 안와전두피질 부위가 없는 사람은 양심 없는 행동을 많이 하겠네요?
네, 맞습니다. 이 부위가 발달이 안 된 사람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자주 보입니다. 특히 19세기에 굉장히 근면·성실하고, 온순하며, 인내심도 많았던 미국의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철도 직원이었는데 철도 공사 중에 폭발물이 폭발해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쇠막대가 왼쪽 눈과 뇌를 관통했죠. 그런데 관통한 뇌 부위가 딱 안와전두피질 부위였어요.


게이지는 회복한 후, 철도 회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안와전두피질 손상으로 인해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고 합니다. 온순했던 성격은 사라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져 자주 화를 내는 것은 물론, 끈기나 시간을 요구하는 일에 대한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거예요. 결국 해고를 당했죠. 전두엽 특히 안와전두피질 부위가 파괴되면 사람 성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죠. 

 

Q4. 안와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훈련 방법이 있다면서요?
이 부위를 활성화하고 훈련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너무 쉽습니다. 안와전두피질과 관련된 재밌는 실험이 있는데요. 호주 모나쉬 대학의 사회신경과학연구소는 사람들이 총 게임을 할 때, 무고한 시민을 향해 총을 쏠 때와 꼭 죽여야 하는 적군을 향해 총을 쏠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 fMRI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놀랍게도 아무런 죄가 없는 시민에게 총을 쏠 때는 안와전두피질이 굉장히 활성화되었지만, 죽여야 하는 적군을 쏠 때는 어떤 활동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살인을 정당화하는 것과 부당하게 여기는 것 사이에서 뇌는 생각보다 쉽게 의식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거죠. 이 연구에 참여했던 한 교수가 ‘사람들은 불편한 느낌을 갖지 않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아주 쉽게 뇌의 양심 부위인 안와전두피질의 스위치를 꺼버린다’고 말을 한 것처럼, 이 부위는 생각보다 쉽게 껐다 켰다 할 수 있어요. 뇌라는 기관은 굉장히 주관적인 녀석인 셈이죠.

 
가장 직관적으로 이 안와전두피질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나쁜 습관이 다시 찾아올 때, 머릿속으로 ‘야, 어제도 야식시켜 먹었잖아. 오늘은 좀 참자’ 이런 생각이 나면 이걸 말로 표현해 보는 겁니다. “야! 어제도 야식시켜 먹었잖아! 오늘은 좀 참자!” 이렇게 말하는 거죠. 


이렇게 자기 생각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안와전두피질에게 할 일을 주는 것입니다. 전전두엽은 행동과 생각을 의식적으로 실행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따라서 자기 생각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바꿔주는 거예요! 즉 생각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변연계의 일에서 안와전두피질의 일로 스위칭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결국 수동적인 생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안와전두피질에게 할 일을 부여하는 거지요. 한 줄 요약하자면 언어가 생각을 견인케 한다! 유재석 씨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는 과학이다!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변연계를 ‘악마의 유혹’, 전전두엽을 ‘천사의 속삭임’이라고 비유했지만, 사실 변연계가 무조건 나쁘고 전두엽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이 둘 간의 조화가 정말 중요합니다. 보통 변연계는 생후 3년 정도까지 발달한다고 해요. 특히 이 변연계의 발달은 애착과 많은 관련성이 있는데, 어릴 때 애착형성이 잘 형성될수록 변연계가 건강하게 발달합니다. 하지만 변연계만 중요하게 생각하면 응석받이처럼 자랄 가능성이 크죠! 변연계만큼 중요한 게 전두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전두엽의 발달이 결과적으로 협업능력,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을 하는 가치관 형성을 촉진합니다.


사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은 극단적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뭐든 적당히 끊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야구에서도 1등을 하는 팀은 공격을 잘하는 팀이 아니라 수비를 잘하는 팀이거든요? 어떤 팀이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잖아요. 경기 중에 연속된 실점을 막고, 중간에 끊어 낼 수 있는 좋은 투수와 좋은 수비수가 있으면 그 팀은 경기 중에서도 연속된 실점을 막아내고, 더 나아가 연패를 잘 끊어내며, 결국 이런 팀이 1등을 합니다.


우리 인생도 똑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안 좋은 습관을 적재적소에 끊어내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요. 2024년은 무조건 좋은 습관, 목표달성을 위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달려가는 것보다는 안 좋은 습관을 최소화하는 삶을 살아 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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