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칼럼] ‘불행한 뇌’를 ‘행복한 뇌’로 바꾸기

2026.06.04 10:00:00

불행에 길들여진 뇌
아침에 눈을 뜨니 친구가 ‘좋은 글’ 중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걱정을 버리는 6가지 방법’이라는 글을 보내왔다. 첫 번째가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꾸라’이다. 

 

문제를 두고 걱정부터 하는 것은 나쁜 습관에 불과하다. 걱정하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내게 생긴 문제들이 골칫거리가 아니라 해결점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힘을 주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자. 

 

이러한 글을 읽고서 시각을 바꾸려고 노력한 적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걱정거리가 다시 머리에 가득 차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생각 습관을 잘못 만들어 뇌가 그리 작동하는 것일까?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다행히도 우리 잘못은 아니다. 


모든 일을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들에 민감하다. 병·사고·죽음처럼 부정적인 자극에 뇌는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뭔가 문제가 터져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장동선, 2021).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화난 얼굴을 행복한 얼굴보다 더 빨리 알아챈다. 위기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 우리의 눈길을 훨씬 강렬하게 이끈다. 신경과학자 릭 핸슨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늘 염려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Hanson et.al., 2023).


왜 뇌는 과도하게 걱정하며 살도록 만들어졌을까?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매 순간 생존 위협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한 시기에는 외부의 위협적인 신호에 늘 민감하게 반응하고, 항상 걱정하는 뇌가 생존에 더 적합했다. 인간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문명세계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1만 년이 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진화가 더딘 걱정 가득한 석기시대의 뇌’는 현대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회복력과 개인차
우리의 뇌는 불행에 익숙하고 그대로 두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므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다.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서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뇌의 타고난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컴퓨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친구가 보내온 글귀는 뇌 업그레이드용 매뉴얼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달리 매일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 그리고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가도 조금 나태해지면 원래 탑재된 프로그램이 되살아나 작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는 차이가 있다. 


텃밭은 가꾸지 않으면 곧 잡초로 덮여 심어놓은 곡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곡식을 기르려면 거의 매일 잡초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뇌에 행복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잘 자라게 하려면 저절로 피어오르는 불행감이라는 잡초를 매일 제거해 주어야 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우리 뇌는 텃밭과 유사한 점이 있다. 


톱밥이나 볏짚으로 덮여 있는 밭과 그렇지 않은 밭의 잡초 자라는 양과 속도는 크게 다르다. 사람의 마음 밭도 이와 유사하게 큰 차이를 보인다. 늘 기쁨에 가득 차 있고, 불행감도 쉽게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특별한 축복을 받았거나 지난한 마음 수양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사람들이다.

 

반면에 자신을 거스르는 아주 사소한 일로도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겨우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신경과학자는 전자를 성격 잭팟 뇌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 뇌는 그 중간 어디에 놓여 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뇌의 회복력 차이로 설명한다. 


회복력은 고난에 반응하는 수많은 행동을 아우르는 대단히 복잡한 현상인데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Critchlow, 2020: 265-267). 여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유전자 중 하나가 외유래신경영향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다. BDNF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회복력이 더 뛰어나게 된다.

 

학대나 방치를 경험하고도 정신건강 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10~25%의 아동은 이 BDNF 유전 암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rs6147이라는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편도체가 과민하기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을 더 잘 느끼게 된다. 그리고 FKBP5라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살을 시도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성격 잭팟 뇌를 타고 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늘 마음수련을 해야 평정심을 찾으며 복잡한 세상살이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운 좋게 성격 잭팟 뇌를 타고 난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운·시간·에너지를 나눠준다면 조금은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뇌로 바꾸는 법
뇌가 늘 불행감에 쌓여 있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밝혀낸 신경과학자들이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한 뇌를 만드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가령 신경심리학자이고, 명상 지도자이며, <붓다 브레인> 저자인 릭 핸슨(Rick Hanson)은 첨단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과 수련이 가장 행복하고 지혜로우며 사랑이 가득한 뇌를 만들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위키백과).

 

크리츨로우(Critchlow, 2020)가 제시한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라, 잠을 잘 자라, 사회 활동을 활발히 유지하라, 공부를 계속하라,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라 등을 봐도 그리 특별한 것은 없다. 행복한 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뇌 건강과 역량 키우는 법>(박남기, 2020)을 참고하기 바란다.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서도 행복의 씨앗이 잘 자라게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신경과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상담학자들이다.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성직자나 종교 지도자들도 그러한 역할을 한다.

 

명상 수련 등의 방법은 마음 고통에 시달려오던 인류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축적해 온 노하우이다. 뇌파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회복을 돕고 편안한 각성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Critchlow, 2019: 265-267).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 온 다양한 노하우를 배워서 매일 실천하면 우리의 마음 밭에 잡초만이 아니라 기쁨도 함께 자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잡초와 지렁이
신경과학도 발전 과정에 있는 탓인지 종종 연구 결과가 바뀌거나 서로 상충하는 결과가 제시되기도 하므로 맹신하기에는 이르다.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불행감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미국 스와스모어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크리스타 토마슨은 부정적 감정(불안·분노·시기·슬픔 등)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라고 말한다(Thomason, 2023).

 

지렁이는 보기와 달리 토양을 기름지게 만든다. 지렁이가 보인다는 것은 그 정원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부정적 감정 역시 우리가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신호다. 무엇인가에 화가 난다는 것은 그것이 내게 소중하다는 뜻이고, 누군가를 잃어 슬프다는 것은 그 사람을 깊이 사랑했다는 뜻이다. 토마슨에 따르면 이러한 감정은 자기애의 또 다른 얼굴이며 뽑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 뇌라는 텃밭에서 뽑아야 할 진짜 잡초는 무엇인가. 토마슨에 따르면 감정을 증폭시키는 사고 습관이 잡초이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이런 기분을 느끼는 나는 한심해’와 같이 감정 위에 자기 비난과 파국적 해석을 덧씌우는 생각의 덩굴이 바로 잡초다. 이 잡초가 무성해지면 지렁이가 살던 흙은 굳어버리고, 본래 뇌가 보내려던 신호도 들리지 않게 된다.


눈을 뜨는 순간 뇌가 부정적인 생각으로 채워지기 시작하거든 뇌에게 이야기하자. 네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리하지 않아도 되니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뽑아내야 할 잡초는 부정적 생각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자신을 비난하는 태도라고.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있는 자신을 자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뇌를 가지고 살아가는 자신을 측은히 여기며 보듬어 안는 것, 그것이 바로 불행한 뇌를 행복한 뇌로 바꾸는 비법이 아닐까 싶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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