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1] 지방교육재정, 교육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묻다

2025.09.08 10:00:00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몇 해 전 본격화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해 재정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유·초·중등교육 지원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된 바 있다.

 

적립기금마저 바닥 난 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가 힘을 얻게 된 계기는 2022년 발생한 추가 세수 때문이다. 연도 중 16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시·도교육청에 추가 교부되었고, 이로 인해 이·불용액과 기금 적립액이 매우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내국세의 일정률로 교부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후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교부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현재 상황만을 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같은 신중론은 당시 내국세 추이에 비춰보았을 때 2022년 내국세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급작스러운 내국세 증가 상황만으로 교부금 제도를 고쳤을 때 향후 내국세가 덜 걷혀 교부금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면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본예산 대비 10.4조 원이 삭감되었고, 2024년에도 본예산 대비 4.3조 원이 삭감되면서 불안정성은 현실화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교육재정 구조상 급등과 급락의 상황 속에 교육청들은 재정 확보와 운용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21년과 2022년 교부금의 연도 중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시도교육청은 교육재정의 방만한 운영과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공격을 감내해야 했고,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에서는 연도 중 급격한 감소로 당해연도 당초 계획 수정을 통해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2022년 연도 중 추가 교부된 교부금 16조 원의 대부분은 시도교육청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적립해 두었고, 세수결손으로 대규모 삭감되는 상황에 지출구조 조정과 함께 기금 등을 활용하여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청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적립된 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고, 인건비와 노후시설에 대한 교육시설환경개선 등의 불가피한 고정지출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학교운영비 삭감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중등교육재정의 잉여를 문제 삼은 지 2년 만에 초·중등교육재정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하여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려는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개편 논의는 현 정부에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비정상적 세수 증가가 가져온 여파가 초·중등교육재정의 근간이 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흔들고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개편 논의 과정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뒷전이고, 학생수 감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씩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등에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현재 추진 중이다. 반면에 교육재정에서는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제도 개편을 통해 교육재정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학생수 감소는 인구 감소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에도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통계로 보았을 때 단순한 학생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축소 필요성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조사 결과2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 학생수는 513만 명으로 2005년 780만 명 대비 약 34.2%(266만 명) 감소하였지만, 같은 기간 학급수는 0.9%(2,245학급) 감소하는 데 그쳤고, 학교는 10.9%(1,159개교)가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생수 감소가 학교수나 학급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초·중등교육의 비효율적 운영이고 방만하게 고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지난 20년간 학생 특성의 변화와 함께 학교수·학급수·교원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재정 수요는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학교수의 경우, 지역 규모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특별·광역시와 시 지역의 학교수는 23.8%(1,442개교)가 증가한 반면, 도서벽지 지역의 학교는 27.8%(174개교)가 감소하였다. 학생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교통폐합을 추진한 결과, 2025년 기준 전국 폐교학교수는 4,008개교(분교 포함)에 달하지만, 학생 인구의 이동으로 인한 학교 신설 수요 또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둘째, 학급수의 경우,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학급당 학생수 감축3 노력으로 학급수가 학생수 감소에 비례하여 감소하지 않았다. 2005년 대비 2024년 초·중·고등학교 일반학급수는 4.4%(5,436학급)가 감소하였고, 특수학급수는 113.9%(3,906학급) 증가하였다. 일반학교 특수교육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며 향후 이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교원수 변화 추이에서의 특징은 비교과교원(전문상담·사서·실기·보건·영양교사)이 2005년(7,369명) 대비 2024년(22,037명) 약 3배 증가하였고, 기간제교원 비중도 2005년 3.5%에서 2024년 16.3%로 증가하였다. 학교 교육서비스 내용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인력구조는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학생의 경우, 지난 20년간 학생의 변화를 살펴보면 학생수는 34.2% 감소하였지만, 주로 면 지역과 도서벽지 지역에 집중되어 왔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소규모학교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다문화학생과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중이 늘고 있어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수요(high needs)를 가진 학생수4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2022년 노년부양비5가 2022년 24명에서 2072년 10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미래인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적 변화 속에 현재의 학생 한 명은 과거의 학생 한 명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 특성의 변화는 더 많은 수요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지난 20년간 학생수는 지속해서 감소해 왔지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으로 할당하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증가하는 현상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초·중등교육재정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 


최근 OECD 국가들의 동향과 주요국 사례를 보면 초·중등교육 재정정책의 중요한 과제는 기회균등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이며, 모든 학생이 최소 기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정수준의 인적·물적자원 지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처럼 그 규모가 급격하게 변동한 시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계에서는 제도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해 초·중등교육의 기회 확대와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요구 속에서 지방교육재정 제도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지난한 논쟁 속에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순한 학생수 감소나 내국세 연동에 따른 재정 증가만을 문제 삼는다면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고자 한다면 제도 개편의 대전제는 성공적인 학교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지적처럼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모든 학생에게 교육적 실패를 최소화하고 더 좋은 학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소요의 기준점 마련을 위한 적정교육비 산정이 필요하고, 학생 개별 특성과 교육적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유효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기반 정책 설계와 모니터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부의 지적과 같이 낡고 오래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단순한 축소나 조정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변화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투자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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