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1] 이제는 교육과 학교의 본질을 고민하자 

2026.06.04 10:00:00

누구를 위한 교육시스템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효과와 효율을 따진다. 효과는 방향의 문제이고, 효율은 입력 대비 산출의 성능 수준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뭔가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 학교가 그것을 해결하도록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의 교육예산은 자그마치 106조 원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 현실은 어떤가?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탁상행정만 한다고 한다. 교장·교감은 학교 직원 간의 갈등 조정과 민원, 권한 없는 책임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교사들은 관리자에 대한 불만, 늘기만 하는 업무, 갈수록 지도가 힘들어지는 학생들, 말도 안 되는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학부모는 노후를 저당 잡히며 아이들 사교육에 자신들의 미래와 영혼을 갈아 넣는다. 학원비라도 벌려고 단기 알바라도 나가는 학부모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에 등골이 빠진다.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는 가정에 없다.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데, 기초학력은 저하되고 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 기업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고, 20대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우리 교육은 지금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교육시스템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
지난 31년간 교육계에 있으면서 초등교육계에 많은 정책이 들어왔다. 그 정책 중 상당수는 교육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책적 결정에 의해 누군가 해야 할 일이 학교에 들어온 것뿐이다. 방과후학교나 돌봄의 예를 들어보자.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절감 차원에서, 돌봄교실은 부모들의 자녀 돌봄 편의성 차원에서 학교에 도입되었다. 그리고 정책의 결정 과정과 실행 과정에서 학교는 철저히 소외되었다.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학교가 그 일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서 누가 그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몇 년 전에 잡무 좀 줄여달라고 했더니 잡무 줄일 계획을 학교별로 제출하라고 해서 오히려 잡무를 늘리던 시기도 있었고, 결국 잡무를 못 줄이니까 대신 일할 사람 1명씩을 더 줬다. 공문 좀 줄여달라니까 공문을 집중해서 보내거나, 공문 하나에 여러 가지 사업이 동시에 들어와서, 한참을 읽어보고, 일일이 업무추진 일정을 기록해야 했다. 지금은 이름만 비슷하면 일반행정 업무와 교육업무가 한 공문에 혼재하기도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 교육부는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학적 사유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학교는 교육기관도 아니고 교육행정의 최일선 기관도 아닌, 그냥 행정행위의 최하부 기관일 뿐이다. 


그동안 수많은 정책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학교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학교는 무기력하게 되었다. 학교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들어온 수많은 정책은 조용히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그 자리에 사람만 남아 있다. 우리 학교에서 근로를 확인받거나 임금을 받는 사람이 200명쯤 되는 것 같다. 하도 많아서 잘 모르겠다. 그 외에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저런 사유로 드나드는 사람은 더 많다. 그러나 교사는 여전히 1학급 1담임이고, 교사는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가?
20년 정도 된 것 같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는, 소위 진상 학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바람이 전하는 전설처럼 들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어하고 분노하면서도 그 민원의 해결은 단위 학교 또는 교사 개인이 오롯이 버텨야 했다. 그런 학부모를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언젠가는 만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면서 학부모는 자녀를 위하여 나와 같이 협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두려운 대상이 되었다. 어떤 학부모들은 교실 수업을 몰래 녹음도 했고, 이제는 교사들도 학부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전화기가 각 교실에 보급되어 있다. 교사들도 학부모를 길거리에서 만나면 반갑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다. 학부모는 이제 민원인일 뿐이다. 


매년 실시하는 교육과정 평가를 보면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가장 중점으로 두어야 할 것으로 인성교육을 꼽는다. 그러면서 막상 생활지도를 열심히 하는 교사는 아동학대로 고통받는다. 인성교육 열심히 해달라고 하면서도 2025년도에만 27.5조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고 한다. 물론 학교 방과후교육비 같은 것은 제외한 금액이다. 학부모는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 매년 뉴스가 나온다. 정부는 기초학력 신장을 열심히 하라고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

 

그래서 방과후에 남겨서 가르치겠다고 하면 많은 학부모가 불쾌해한다. 그러고는 학년말에 담임교사가 그동안 아이를 미워했다고 고발하겠다고 한다. 행정구청에서까지 예산을 받아서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교사들의 마지막은 한번 삐끗하면 민원이다. 수십 년의 교육 경험도, 아이들이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한 나의 열정은 상처가 되어 무너진 자존감만 남는다. 민원을 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어느 후배 교사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진다. 
 
이제는 학교와 교육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자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다’라고 했고, 생텍쥐페리는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정책을 내놓았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이 태어날 때의 교육시스템이 어느 시절까지는 맞았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제는 교사가 학생의 그림자를 밟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의 방식이 낡고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작금의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아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아파할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뭐 새로운 것을 하자는 것도, 대단한 것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갈등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냥 교육이 해야 할 일이 뭔지,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고민하자는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 학교도 같이 동참하도록 해달라는 거다. 교사들의 주장대로만 하자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 또는 똑같은 곳을 바라보지는 못해도 방향은 비슷하게 맞춰보자는 것이다.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교육적 판단에 의한 학교교육이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흔히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한다. 지금 솔직한 심정은 산으로라도 갔으면 좋겠다. 지금 교육이라는 배는 소용돌이 속에서 탈출하려고 하지만, 각자 자기 방향대로 노만 젓고 있는 형국이다. 이 끝은 침몰이다. 


지금까지 학교는 수십 년간 교육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고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아무도 듣지 않고 있다가 젊은 교사의 허망한 죽음 앞에서 누군가 뭔가를 들은 것 같다. 그러나 문밖에 있는 사람은 안의 상황을 모른다. 언제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그냥 희망을 품고 문을 두드릴 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이 꺾이는 순간 그 뒷일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모든 변화는 방향이 맞아야 효과적이고, 속도가 맞아야 효율적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학교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며 방향과 속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누구 하나가 독점적으로 끌어갈 수도, 누구의 의견만 들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정부 혼자가 아닌,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같이 공동체가 되는 순간,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우리는 서로 신뢰하며 오래 갈 수 있다. 이젠 교육과 학교에 대한 공동체 간의 그런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때다.

최영중 서울장평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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