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줄여놓고 교육 질 높이라는 건 어불성설”

2026.06.04 10:00:00

개교 80주년 맞은 서울교대 장신호 총장 

 

“서울교대의 80년은 단순히 한 대학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초등교육과 함께해 온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은 서울교육대학교의 장신호 총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지금 교육 현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는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교대 역시 단순한 교원양성기관을 넘어 미래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대학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946년 개교한 서울교대는 해방 직후 초등교원 양성을 목표로 출범했다. 이후 약 80년 동안 4만 여 명의 초등교사를 배출하며 한국 공교육의 기반을 형성해 왔다. 특히 수도권 공교육 현장에서 서울교대 출신 교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들은 교육과정 개발과 수업혁신, 교사 연수, 교육정책 연구 분야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장 총장은 “좋은 교사가 좋은 교육을 만든다는 믿음 아래 서울교대는 초등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며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선생님들의 헌신이 결국 대한민국 교육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교 80주년의 의미를 단순한 기념행사로 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교육 환경 변화 속에서 초등교육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과거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전혀 다른 시대가 됐다”며 “AI 기술 확산과 디지털 전환, 다문화 사회 변화, 학령인구 감소, 학생 정서문제 등 학교가 감당해야 할 영역이 매우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방식으로는 현재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 역시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교대는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은 기념식과 학술포럼, 동문 초청 행사, 학생 참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의 역사와 성과를 정리한 ‘서울교대 80년사’ 발간도 추진 중이다. 특히 단순 회고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미래 교원양성 체계에 대한 논의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총장은 “80주년은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며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교원양성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 교원양성 … “기술보다 중요한 건 인간 이해”
서울교대는 또 AI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반 교육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교육전공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AI 활용 수업설계, 데이터 리터러시, 디지털 기반 평가, 에듀테크 활용 역량 등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학교 현장과 연계한 실습 프로그램도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장 총장은 기술 중심 교육만으로는 미래 교육을 설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다움과 공감 능력, 관계 형성 능력,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결국 학생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은 교사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교대가 오랫동안 지켜온 핵심 가치 역시 ‘아이 중심 교육’”이라며 “미래 교육에서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현재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국공립대총장협의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기초학력 보장과 AI 교육, 다문화교육, 사회정서 지원, 생활지도, 학교폭력 대응까지 모두 학교와 교사가 감당하고 있다”며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사의 업무는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단순한 숫자 논리가 아니라 어떤 교사가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기초학력 전담이나 정서 지원 등 역할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원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단기 대응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교육은 원래 장기 계획으로 움직여야 하는 영역인데 지금은 현장에서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문제와 생활지도 문제로 교사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 총장은 “정부와 교육당국이 시대 변화에 맞는 정책 전환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장체험학습 논란 …“교사 책임만으로 해결 안 돼”
최근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장체험학습 문제에 대해서도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안전사고 발생 이후 교사의 법적 책임 부담이 커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자체를 줄이거나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장 총장은 “현장체험학습은 교실 안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배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이라며 “특히 초등학생들에게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발생 이후 책임 문제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학교 현장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안전 인력 확충과 법적 보호 장치, 보험 체계, 사전 안전 매뉴얼 정비 등을 국가와 교육청 차원에서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원 창구가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결되는 현재 구조는 한계가 있다”며 “중재 시스템과 행정 지원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교사가 수업과 학생 성장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행정과 민원 부담이 계속 늘어나면 교육의 본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습교사제 도입 필요하지만 정책적 접근 신중해야
오래전부터 거론되온 수습교사제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 등에서는 대학 졸업 후 일정 기간 인턴 형태로 현장 경험을 쌓는 제도가 운영된다”며 “신규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 업무 등을 단계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용 구조와 처우, 평가 체계 등이 함께 정비돼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직 기피 현상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비교적 강했지만, 지금은 학교에 요구하는 기능과 기대 수준이 훨씬 다양해졌다”며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학교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를 존중하는 문제는 단순히 특정 직업군 보호 차원이 아니라 결국 학생 교육의 질과 연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학교, 학부모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 현장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총장은 특히 학부모 교육과 소통 체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해와 공감 중심 교육도 중요하다”며 “교사와 학부모가 대립 관계가 아니라 학생 성장을 위한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학교교육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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