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학력 회복, 교실을 먼저 살펴야 한다

2026.07.06 09:10:00

최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교육부는 일부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오랜 기간 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해마다 학생들의 학력이 조금씩 낮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고3 수학을 가르칠 때 그 변화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책과 현실 간 간격 존재

그 원인 가운데 고교학점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데 더 많은 고민과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로 설계에 집중하는 만큼, 정작 교실에서 기초를 다지고 학습에 몰입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가를 둘러싼 현실도 고민해 볼 지점이다. 교육과정은 활동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를 강조하지만,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대입은 여전히 선다형 중심이다.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대입 평가를 대폭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학력 격차가 큰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 현장에서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재의 평가 체제 안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탄탄히 다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초·중학교에서는 평가의 비중과 학생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때로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암기하는 시간 자체가 함께 줄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이번 평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정의적 특성이다. 자신감, 학습의욕, 흥미, 가치 인식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긍정 응답은 줄고 부정 응답은 늘었다. 반대로 성취수준이 높은 학생일수록 학습동기와 자기효능감, 사회·정서적 역량도 함께 높게 나타났다. 학력 문제는 단순히 지식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배우려는 의욕이 약해지고 자신감을 잃은 학생이 늘어난다면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을 마련해도 학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력과 정의적 특성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고교 수학 교실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전에는 고1 수학에서 중학교 기본 과정인 일차방정식이나 인수분해 정도는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따라왔지만, 최근에는 중학교 수준의 기본 연산부터 막막해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문제를 몰라서 못 푸는 학생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저는 원래 수학을 못해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늘었다. 학원에 다닌다는 학생도 많지만, 정작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다니니 따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학생을 발견하더라도 다인수 학급에서는 개별적이고 지속적인 지도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학생마다 학습결손이 발생한 지점이 제각각이어서 정규 수업만으로 그 차이를 메우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현장의 체감이다. 인문계 고교도 이러한데 특성화고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지역 간 격차도 여전히 심각하다. 대도시와 읍면지역 간 성취도 차이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학군지나 학부모의 교육 관심이 높은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비교적 잘 따라오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학업에 대한 경쟁과 동기 자체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교육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학습 기회가 달라져서는 안 되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충분히 지도할 여건 필요

해법은 새로운 평가 방식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을 직접, 충분히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학습결손을 조기에 발견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를 확대하며, 단위학교가 연간 계획을 세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진단검사만으로 놓치는 학생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담임교사와 교과교사의 관찰을 공식적인 지원 근거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 동의 문제로 검사나 보충학습이 무산되는 사례를 줄일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과도한 행정업무와 민원 대응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 교육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학교의 현실, 점차 낮아지는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자신감, 그리고 더욱 벌어지는 지역 간 교육격차를 보여주는 성적표이자 경고다. 평가 결과를 둘러싼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이다. 학력을 높이는 출발점은 결국 학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학교를 제대로 지원하는 데 있다.

 

이상민 경기 이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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