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육의 공공성 회복과 교사 노동권 보장

2026.06.04 10:00:00

최근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사망했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이며 교원은 국공립과 동일한 복무규정을 준용하지만, 현장에서는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병가조차 낼 수 없었다.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라는 슬로건 하에서도, 영유아교육을 무상화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무수한 정치인들의 말 앞에서도, 유아교육 현장은 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안타까운 희생을 계기로, 이제는 교사들에게도 보편적인 「노동법」의 울타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상식적 환경을 구축하자는 절실한 제언이다.

 

재생산 노동의 외주화와 가치 수탈의 역사
자본주의 경제는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무실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노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노동이 가능해지려면 노동자가 먹고, 쉬고, 돌봄을 받으며 내일의 노동력을 복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어 사회적 노동력을 다시 만들어내는 모든 활동을 ‘재생산 노동’이라 부른다. 영유아교육과 보육은 바로 이 재생산 노동의 정점에 있는 영역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재생산 노동을 가정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무상 노동, 혹은 여성의 자발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해결하는 ‘그림자 노동2’으로 취급했다. 가계 안에서 수행될 때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공짜’처럼 여긴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가정 내에 머물던 재생산 노동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외부기관으로 ‘외주화’되기 시작했다.

 

국가는 이 필수적인 재생산 노동을 공적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대신, 영유아교사의 무한한 희생에 기댄 ‘저비용 구조’를 선택했다. 사적 영역에서 부불 노동이었던 돌봄은 공적 영역으로 넘어온 뒤에도 일반적인 임금 노동보다 낮은 처우와 열악한 환경을 강요받는 근거가 되었다. 

 

바우처 제도 _ 무상교육을 가장한 서비스화의 기제
재생산 노동이 외주화되는 과정에서 교육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시장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우처(카드) 제도’의 도입이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떠오르자 뒤늦게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무상교육’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초·중등학교처럼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기관 운영비와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는 대신,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에게 바우처를 지급하여 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했다.

 

이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전반을 학부모의 ‘선택’과 ‘결제’라는 시장 기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결국 현장에서 경영 유지라는 명목하에 교사의 노동 가치를 비용 절감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정적 도화선이 되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무상교육이라기보다,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할 교육의 책무를 학부모의 소비 행위 뒤로 숨긴, ‘무상교육을 가장한 서비스 투입’에 가까운 정책이었다.

 

기관들은 영유아의 발달적 필요보다 학부모의 조기교육 욕구를 자극하는 사교육성 프로그램을 공적 영역으로 흡수하며 서비스 상품을 내세운 경쟁에 몰리게 됐다. 바우처 제도는 교육을 권리가 아닌 소비재로 변질시키며 교사를 교육전문가가 아닌 시장의 요구를 수행하는 서비스 노동자로 전락시킨 핵심 기제가 된 셈이다.


재정 지원 구조의 모순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유아교사 노동현장의 만성적 열악함은 인건비와 운영비가 분리되지 않은 지원 체계에서 기인한다. 국가는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교육의 핵심인 교사의 보수를 직접 책임지지 않는다. 대신 이를 부모의 바우처 결제금에 의존해 시설 운영자가 알아서 해결하게 하는 간접 지원 방식을 고수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운영자는 기관의 경영 유지와 이윤 확보를 위해 총액 지원금 중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를 우선적인 절감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저경력 교사 위주의 채용과 노동 강도의 극대화가 ‘경영 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재생산 노동의 외주화 과정에서 국가는 관리자로서의 책임은 방기한 채, 교사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수혜자 역할에만 머물러 온 것이다.

 

교육 정상화를 위한 4대 제도 개선 과제
돌봄 노동의 가치 저평가와 시장 논리에 매몰된 서비스 구조를 바로잡고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점심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8시간 노동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1일 8시간 노동’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다. 어린이집은 점심 식사지도와 위생교육 등 밀착 노동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대체할 교사도 없이 무급 휴게시간으로 간주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휴게시간이라는 최소한의 개념조차 없이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10시간에 육박하는 연속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초·중등교사가 점심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 8시간 근무제를 확립한 것과 달리, 가장 밀착된 돌봄과 교육이 필요한 영유아교사들에게 점심시간을 노동에서 제외하거나 무급으로 간주하는 것은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사가 아이들과 한순간도 분리될 수 없는 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점심시간을 유급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8시간 노동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수업시수 제도를 도입해 무급 노동을 근절해야 한다. 현재 영유아교사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영유아와 밀착 대면하며 보낸다. 대면수업 시간과 근무시간이 동일한 구조는 교사를 전문가가 아닌 ‘사고 방지를 위한 감시자’ 정도로 취급하는 서비스 논리의 산물이다. 수업 준비, 발달 평가 기록, 행정 업무 등을 수행할 시간이 정규 노동시간 내에 확보되지 않으니 퇴근 후나 주말에 무상 노동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일일 대면수업 시간을 제한하는 ‘수업시수’ 개념을 도입해 근무시간 내 연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상시 대체 인력인 ‘비담임 정교사’ 배치를 법정화해야 한다. 현재의 인력 기준은 학급당 교사 1인만을 최소 기준으로 둔다. 이 구조에서는 교사의 부재가 곧 학급 운영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교사는 아파도 쉴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법적 권리인 병가조차 포기하게 된다. 담임교사 외에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비담임 정교사 배치를 명시하여 교사의 건강권과 아이들의 안전권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넷째, 교사 인건비 국가 직접 지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바우처를 통한 간접 지원을 멈추고, 교사의 보수를 직접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재정 지원이 운영자의 재량이 아닌 교사의 가치 보전으로 직결될 때 공공성이 회복된다. 국가가 0~5세 교사의 보수를 직접 지급하는 체계는 기관 간 처우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영유아교육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교사들의 선의에 의존해 온 사회적 재생산의 핵심 영역이다. 설립 주체가 민간이라는 이유로 공적 지원의 한계를 긋는 논리는 그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평등한 발달권과 교사의 정당한 노동권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물론 국가의 재정 지원에는 그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관리와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건비 직접 지급을 통해 기관의 경영 부담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공적 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되도록 지원하고 「노동법」 준수를 감독하는 실효성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유아교육의 공공성과 교사 노동권 보장은 설립 주체의 성격이 아니라, 국가의 안정적인 지원과 책임 있는 행정의 결합으로 증명될 수 있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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