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팬데믹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2026.07.06 09:10:00

코로나19 팬데믹은 종료됐지만, 그 영향은 대학 강의실에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늘의 대학생들은 청소년기의 핵심 사회화 시기를 비대면으로 통과한 이른바 ‘팬데믹 코호트’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는 익숙하지만, 대면 관계 속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 성인기로 진입했다. 팬데믹은 한 세대의 사회화 과정에 공백을 남긴 사건이었다.

 

사회적 경험 부족 드러나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변화는 분명하다. 발표와 토론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준을 넘어, 관계 형성 자체를 낯설어하거나 갈등 가능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연결을 원하면서도 관계의 불확실성은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이중적 모습이다. 이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축소된 사회적 경험이 누적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양 수업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학기 초 학생들은 자신을 ‘고립된 퍼즐 조각’에 비유했다. 서로 맞닿을 수는 있지만 쉽게 흩어지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소그룹 토의와 협력 학습, 성찰 활동을 반복한 이후 인식은 달라졌다. 공동체를 ‘정원’이나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처음으로 타인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봤다”거나 “갈등을 피하지 않고 해결해 본 경험이 의미 있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대학 현실은 이러한 과제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취업률과 재정지원사업 중심의 평가 체제 속에서 교양교육은 여전히 주변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에게도 교양과목은 ‘이수해야 할 학점’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대학이 직면한 문제는 지식 전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타인을 이해하고, 차이를 조정하며, 공동의 문제를 논의하는 경험은 의도적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 교양교육의 약화는 곧 대학의 사회적 책무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성찰 기반 평가 도입해야

이제 교양교육의 목표와 운영 방식은 재구성돼야 한다. 토론·협력·갈등 조정 경험을 포함한 교양 필수과정을 확대하고, 강의 중심 수업을 상호작용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 입학 초기에는 ‘사회적 전환기 교육’을 제도화해 관계 형성과 공동체 경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찰 기반 평가를 도입해 학습 결과뿐 아니라 참여 과정과 관계 형성의 변화를 교육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대학 평가 지표와 재정지원 체계 역시 함께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학의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가르쳤는가를 넘어, 학생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시민으로 성장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팬데믹 코호트가 고립된 개인으로 남을 것인지, 공동체 속에서 협력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대학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박선미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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