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2002년에 학교내 자살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한 실무지침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각급 학교의 장학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모두 298쪽 분량의 `학생 생활지도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2002년 2월에 발간해 각급 학교에 배포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 자료집 제1부 학교폭력 발생원인과 지도방안에 실린 부록에서 `집단따돌림이 빚은 교내 자살사건에 대한 대처방안'이란 제목을 통해 자살사건의 축소와 은폐를 지시하는 실무지침을 담아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살사건 대처방안에는 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음독자살한 장면을 사례로 제시한뒤 대처방안을 통해 병원관련팀, 학부모 위로팀, 보상해결팀, 언론사법기관 통제팀, 장례준비팀, 기밀유지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토록 했다.
병원관련팀은 `사법절차상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숨진 상태라도 후송중 숨진 것으로 하고 가급적 병원으로 빨리 옮겨 사망진단서를 떼야 한다'고 역할을 적시했고 학부모위로팀은 `친분있는 학부모와 친척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또 보상해결팀은 `기관장과 지역유지들을 포함해 경험이 많은 교사들로 구성해 피해학생 가계와 친인척 성분을 파악해 냉철한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고', 언론사법기관 통제팀은 `보도와 수사로 인한 학교측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장례준비팀은 `가급적 화려하게 지내주고', 기밀유지팀은 `수사기관이나 언론기관이 손쓰기 전 유서, 일기장, 편지 등을 찾아 사건해결에 불리한 내용은 정리해 둔다'고 사건 은폐를 강력히 지시하고 있다.
이밖에 교우관계조사팀, 사전교육 기록점검팀, 관련교사 및 학생처리팀 등도 구성해 교내 자살사건의 축소와 은폐에 주력하라는 내용의 실무지침도 포함돼 있다..
도교육청은 이 자료집의 부록은 2001년에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몇건 있었으나 대처능력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당시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 일선 교사들로 편집위원을 구성해 제작했으나 제대로 감수작업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조헌국 과장은 "사건의 축소를 강조한 내용은 잘못된 것같다"며 "당시 학교별로 1권씩 배부한 이 자료집이 부적절한만큼 남아있는 자료집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물의를 빚은 이 자료집에는 모두 4부에 걸쳐 학교폭력 발생원인과 지도방안, 학교 흡연예방 근절교육, 학부형과의 연계지도 및 오리엔테이션, 사이버 폭력 예방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당시 각급 학교에 800여권이 배부됐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2003년에 발간한 비슷한 종류의 자료집 `우리 함께 즐겁게'와 2004년 발간한 `폭력없는 즐거운 학교 만들기'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