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아도 가고 싶은 한의원”
누군가 병원을 향해 이런 표현을 쓴다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의 한 한의원에는 실제로 이 제목의 시가 액자에 담겨 걸렸다. 시를 쓴 이는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전근배(78)·박경순(72) 부부. 오랜 통증과 질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부부가 치료 과정을 통해 느낀 감사의 마음을 시로 남긴 것이다.
최근 리포터는 이천의 명소 ‘나랏님이천쌀밥집’에서 이 시의 주인공인 전근배 씨와 시 속에 등장하는 이근우(27)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단순한 의료 이야기를 넘어 ‘교육’과 ‘사람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전근배 씨는 경기도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존경받아 온 원로 교육자다. 국경일 태극기 달기 운동, 독도 사랑 교육, 폐건전지 수거 분리 배출, 횡단보도 우측통행 생활화 홍보 활동, 마약중독예방교육 연구회 운영 등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활동에 힘써 왔다.
그는 초임교사 시절이던 1960년대 용인 장평초에서 ‘사랑의 종 울리기’ 새마을 운동 실천으로 상록수 교사 활동 이야기가 중앙 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평생 ‘올곧은 교사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이번 인터뷰를 주선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좋은 교육자는 세상을 밝게 만듭니다. 좋은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근우 원장이 앞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개하게 됐습니다.” 교육자가 젊은 의사를 주목한 이유는 의료기술만이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공감 능력,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였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천에서 진료 중인 이근우 원장은 한의사 경력 1년 6개월의 젊은 의료인이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환자로부터 시 초안을 건네받았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자분이 직접 시를 쓰고 액자까지 제작해 주셨습니다. 시를 읽으며 환자분의 진심이 느껴졌고, 의료인으로서 큰 책임감도 함께 느꼈습니다.” 액자 속 시에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무너졌던 삶과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전근배 씨 부부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상황은 쉽지 않았다. 족저근막염, 통풍, 위장 질환, 관절 통증, 허리 통증 등 여러 질환이 동시에 나타났고, 오랜 기간 지속된 통증은 삶의 의욕마저 떨어뜨렸다. 전 씨는 “병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자신감이 무너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치료 과정에서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돌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가 환자라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어떤 설명을 원할까를 늘 고민합니다. 환자분들에게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교육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좋은 교사가 학생의 가능성을 믿어주듯, 좋은 의료인 역시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또 다른 교육자” 전근배 씨가 가장 강조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좋은 의사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또 다른 국민스승”이라고 말했다.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습관을 알려 주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환자와 대화하면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점에서 의사는 교육자와 닮아 있습니다.”
실제로 이 원장은 노년층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예방’을 꼽았다.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보다 병이 오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질 때 미리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 강조하는 예방교육과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해결하는 것보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의료도 결국 사람의 일. 전근배 씨는 치료 과정에서 특히 의료진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간호사들의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 원장님들의 친절함과 전문성이 기억에 남습니다. 병원에 오면 몸의 병만이 아니라 마음도 치료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원장 역시 의료서비스의 핵심은 ‘가족을 대하듯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이 치료받는다고 생각하면 환자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며 “공감과 배려는 별도의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인의 기본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가장 큰 메시지는 교육과 의료의 공통점이었다. 교사는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의사는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믿고 건강한 삶으로 이끈다. 두 직업 모두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전근배 씨가 젊은 의사와의 만남을 한교닷컴에 소개하고자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력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갖춘 사람은 드뭅니다. 젊은 의료인들이 환자를 통해 배우고 성장해 간다면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액자 속 시는 한 환자 부부의 감사 표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안에는 건강, 공감, 교육, 그리고 사람의 성장이란 더 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 피어나는 이런 작은 감동들이야말로 교육신문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배움의 현장’인지도 모른다.
“좋은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고, 위대한 의사는 마음까지 치유한다.” 이번 인터뷰는 그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환자는 의료진에게 건강을 배우고, 의료진은 환자에게 마음까지 읽는 법을 배운다. 교육은 학교 울타리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모든 현장 속에 살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