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학교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장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지할 멘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선배 학교장들도 지금과 같은 문제는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교장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게 답을 얻지 못한다.
결국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학교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이처럼 오늘날 학교장 자리는 난제를 혼자 끌어안은 채 끙끙 앓아야 하는 힘겨운 자리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시중에는 성공한 CEO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경영서가 많다. AI 시대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참고서적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참고할 만한 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학교장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함을 의미하기에 학교장에게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 진정한 독서는 감성을 자극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잠들어 있던 사유를 일깨우는 강력한 경험이다. 카프카는 책이란 내 안에 있는 얼음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내 안의 얼음 바다를 깨뜨릴 용기를 준다. 진정한 독서는 학교장에게 지식뿐만이 아니라 굳어진 사고와 감성을 깨뜨릴 생각의 전환이라는 선물도 선사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최근 학교는 소위 ‘듣보잡’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과거 경험의 유용성과 효용성이 한계를 보인다.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얼어붙은 사고방식과 낡은 관습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처럼 혼돈의 환경에 처한 학교경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절실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와 ‘경영’을 접목한 ‘독서 경영’이다.
독서 경영의 정의와 의의
조영탁 휴넷 대표는 독서 경영을 ‘창조성의 기본이 되는 개인의 독서학습이 조직으로 확산·공유되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경영 기법의 하나’로 정의한다. 독서 경영은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세계적인 리더들에게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아 왔다.
독서 경영은 조직 구성원의 독서활동을 단순한 개인의 취미나 복지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경영목표와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설계·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책을 읽게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구성원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조직의 소통방식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독서 경영과 달리 변화의 주체와 대상을 경영자에게 한정하고자 한다. 경영자 스스로 독서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를 배움과 성찰의 도구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와 차별성을 지닌다.
독서 경영의 사례
● 워런 버핏의 사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이 끊임없는 학습과 독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혹자는 그를 평생에 걸친 학습기계(learning machine)로 평가한다. 버핏은 일과 시간의 80%를 독서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소문난 독서가다. 자신이 하루에 500페이지씩 책을 읽을 때도 있다고 말할 만큼, 독서는 그의 삶에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버핏은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집필한 <함께 일하는 방법>에서 ‘내 직업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사실과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에 불과하며 간혹 이들이 행동으로 연결되는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여러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다학문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거 한 연설에서는 “산발적인 정보만으로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지식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폭넓은 분야에서 얻어야 하며, 그래야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했다.
● 우리나라 사례
#01 _ 경영인의 독서 사례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끊임없는 독서라고 했듯이 독서는 경영자에게 든든한 길잡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영자 상당수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권오현 고문은 연평균 100권가량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다독가로 잘 알려진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출판사 ‘반니’를 세울 정도로 책에 관한 애정이 깊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저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에서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할 정도로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02_ 행정에서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
우리나라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로 전라남도 장성군을 들 수 있다. 2004년 전에는 장성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라남도의 작고 평범한 외진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나 학습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성’을 떠올린다. 이는 독서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도입하고 ‘장성아카데미’를 통해 공무원과 군민 모두가 큰 변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지속적인 학습과 교육은 공무원 사회에 경영 마인드를 스며들게 했다. 홍길동 캐릭터 제작과 생가 복원 작업을 통한 군 이미지 브랜드화, 문화 자원을 활용한 선진적인 관광사업, 미래를 내다본 환경 농업의 체질화는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앞선 장성군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한 경영 마인드 도입은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4년에만 장성군에 29개의 공장이 들어왔다.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공무원에 의해 창출된 것이다. 규율과 원칙의 틀에 갇혀 있던 공무원들이 이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지식근로자’로 거듭난 것이다. 장성군의 변화 과정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일 뿐 아니라, 성공적인 지방자치의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학교 조직의 특성과 독서 경영
●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교경영
학교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여러 특성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특징은 교사를 통해서만 학생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장이 학교경영을 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따라서 학교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교사의 마음을 얻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도 과학과 동양의 지혜는 다르게 해석한다. 과학이 그것을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한다면, 동양의 지혜는 ‘때가 되어 떨어졌다’는 자연의 섭리로 읽어낸다. 이러한 해석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학교장 역시 겉으로 드러난 교사의 욕구를 넘어 마음속 깊은 열망과 가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문학적 사고가 학교경영에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독서다.
● 인간에 대한 이해
최근 학교에서는 헌팅톤(Samuel P. Huntington)이 언급한 문명의 충돌과 유사한 문화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후세대와 MZ세대 간의 문화충돌로 나타난다. 전후세대의 수직적 문화와 MZ세대의 수평적 문화, 전후세대의 집단 우선의 문화와 MZ세대의 개인 우선의 문화, 전후세대의 양적·질적 중심의 성실 문화와 MZ세대의 효율성 중심의 열심히 문화, 전후세대의 미래 추구형 승진 문화와 MZ세대의 현재 추구형 워라밸 문화 등이 학교 조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충돌하고 있다.3 특히 공정성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민감성은 전후세대에게 큰 거부감을 주고 있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인간 욕망 간의 거친 충돌과 세대 간 가치관의 부딪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이다. 즉 인간에 대한 이해다. 교육행정학에서는 전통적으로 학교 조직 속의 인간을 이분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종교적 영향 아래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행정학에서도 이러한 인간 유형을 바탕으로 X 이론과 Y 이론이 발전해 왔다. 이 이론은 인간을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학교경영에 적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교장이 나를 ‘선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나는 당연히 ‘악한 인간’이 되고, ‘성실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곧 ‘게으른 인간’이 되고 만다. 이처럼 이분법적 인간관은 학교경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학교경영에서는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이 요구된다. 이는 독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 패러독스 경영과 독서 경영 _ 질문을 통한 설득의 힘
현재의 학교는 패러독스 경영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수업을 적게 하려는 교사와 양질의 수업을 기대하는 학부모,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교사와 내 자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원하는 학부모, 1시간도 수업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교사와 최대한 수업을 공개하라는 학부모의 기대가 첨예하게 맞선다. 이처럼 학교는 상반된 요구들이 공존하며 긴장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장은 매일 겪는 패러독스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며, 창의적인 학교경영 또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학교장에게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뉴턴은 수많은 사람이 무심히 지나쳤던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며 ‘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했다. 또한 생명의 위협이 상존하던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유대인들은 ‘현금 소지의 불안을 없앨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은행과 수표를 창안했다. 질문이 인류문명과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질문하는 능력은 이해를 넘어서는 충실한 독서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길러진다.
최근 다수의 경영인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 등을 경영에 적용하는 독서 경영을 도입하고 다수의 성공 사례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학교장의 독서도 불확실성의 시대, AI 시대를 헤쳐 나갈 경영 해법을 제시하고 학교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각을 함께하며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장 혼자만의 독서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장에게 뜻이 있더라도 함께 실행할 교직원들이 같은 방향과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학교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오히려 끌려가는 형국에 놓일 수 있다. 이제 학교도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고 비전을 함께 세워 가는 ‘독서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최근 학교장들이 힘들어 명퇴를 많이 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이 한 대사가 떠올랐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다. ‘독서 경영’은 경영에 지친 학교장에게 절대 사라지지 않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