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말 기술]⑫ 교보위, 알고 가면 두렵지 않아요

2026.06.25 18:59:47

교권보호위원회. 줄여서 ‘교보위’라는 이 한마디는 학교 현장에서 무겁게 들리는 단어입니다. 누군가에게 닥치기 전에는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막상 나에게 닥치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정확한 절차를 잘 몰라서 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알고 가면 한결 덜 두렵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자기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피해 회복에 집중하기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지원청 단위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사안을 심의합니다. 학교에서 위원은 교원, 학부모, 변호사, 경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특히 학생 생활지도 경력이 있는 교사가 반드시 위원에 포함되도록 되어 있어, 그 자리에는 분명 교사의 심정을 헤아려줄 사람이 있습니다.

 

처리 절차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장이 즉시 보호조치를 시행합니다. 이때 가해자와 피해교원의 분리, 특별휴가, 응급조치, 심리상담 안내 등이 이루어집니다. 그다음 학교가 교육지원청에 사안을 신고하고, 교육지원청이 조사와 사안 조사보고서 작성을 진행합니다. 그 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소집되어 심의·의결을 거치고, 교육장은 의결 결과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침해 학생이나 보호자에 대한 조치를 합니다. 사안 인지부터 마무리까지 보통 4주 안팎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 기간 동안 교사가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휴가입니다. 교원지위법은 피해교원이 5일 이내의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특별휴가는 위원회 결정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학교장이 사안의 명백성과 보호의 필요성을 판단하여 위원회 개최 전이라도 허가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이니,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2월 개정된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침해 행위가 상해나 폭행,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인 경우에는 5일을 추가로 부여받아 최장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공무상 병가나 일반 병가(연 60일)를 신청할 수 있고, 일반 병가를 먼저 쓰고 추후 공무상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의할 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침해 행위가 일어난 시점의 메시지, 통화 녹음, 목격자 진술, 진료 기록 등은 모두 사안 조사와 이후 보호조치에 근거가 됩니다. 둘째, 사안 신고서를 작성할 때 피해교원이 원하는 보호조치를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분리조치, 심리상담, 법률지원, 치료비 청구 등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분명히 기록해두면 절차가 한결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셋째, 교권침해 직통번호 1395를 활용하면 평일 상담과 법률지원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카카오톡 채널은 상시 운영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처음부터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교보위에서의 학부모 대처 방법

 

한 가지 더 짚어두고 싶은 것은 어떤 사안이든 발생 직후, 학부모와 처음 마주하는 순간의 말입니다. 흥분한 학부모에게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로 시작하면 교사의 말은 곧장 변명처럼 들리고, 사안은 한 단계 더 커집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그렇게 말해서 마음이 많이 안 좋으셨겠어요. 저라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하고 한 박자 늦추는 편이 낫습니다.

 

그다음에 비로소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차분히 풀어 가는 것이지요. 그래도 학부모의 목소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내일도 모레도 학교에 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라고 시선을 아이의 앞날로 옮겨 보세요.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는 자리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를 함께 의논하는 자리로 바뀌는 순간, 사안은 한결 부드럽게 풀려 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학급에서 학생들끼리 안전사고가 났고, 양쪽 부모가 번갈아 학교에 찾아오며 오래 마음 고생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괴로웠고, 한동안은 학부모 비슷한 사람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바닥에 저절로 땀이 고였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절차와 제도를 차분히 알려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손을 잡아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 시간을 통과하고 계신 선생님이 있을 겁니다. 부디, 알고 있는 모든 권리를 다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교보위라는 단어가 무겁게 들리는 것은 사실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 때문일 겁니다. 사안을 겪는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밤, 다시 교실로 들어설 때의 떨림, 끝나도 한참 동안 가시지 않는 마음의 상처까지. 그러나 교보위는 교사를 벌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사를 지키기 위한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사안 앞에서 위축되지 마시고, 권리를 정당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교보위는 교사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위로입니다.

김성효

전북 문창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김성효 전북 문창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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