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에서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학생의 디지털 역량 부족과 교사 간 활용 격차, 인프라 미비 등으로 현장 안착에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도구 보급을 넘어 학교 현장의 실제 수업 여건을 고려한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발간한 KEDI BRIEF 10호 ‘초·중등 교실에서 AI 활용, 무엇이 어려운가’를 통해 AI 활용 교육의 현장 실태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브리프는 ‘디지털 교육 시대 AI 거버넌스 구축 및 운영 방안: 초·중등교육을 중심으로’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교수·학습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OECD가 지난해 55개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TALIS 2024 조사에서 OECD 평균 37%의 교사가 수업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43%를 기록했다. 서울교육청의 2025년 조사에서도 교사의 72%가 교과교육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I 도구 확산이 곧 원활한 수업 활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시·도교육청 AI 담당 장학사 4명과 AI 활용 교육을 운영 중인 초·중·고 교사 13명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한 결과, 학생·교사·인프라·교육과정·제도·거버넌스 등 5개 영역에서 구조적 어려움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지적된 문제는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이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AI 서비스에 로그인하거나 파일을 저장·공유하는 기본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부족이 AI 기반 학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윤리의식 부족도 과제로 꼽혔다. 학생들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입력하거나 과제 수행 과정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보고됐으며, 초등학생의 경우 AI 서비스 연령 제한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간 AI 활용 격차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같은 학년 안에서도 교사별 AI 활용 수준 차이가 학생들의 학습 경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이러한 차이가 학부모의 불만이나 교사 간 심리적 부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 연수의 실효성 부족도 지적됐다. 현재 다양한 AI 관련 연수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수업 적용에 필요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정 도구의 기능 소개나 시연 중심의 연수는 교실 수업으로 연결하기 어렵고, 일부 교과 중심 연수는 다른 교과 교사들에게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프라 부족 문제도 여전했다. 학교 내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 한 학급 학생들이 동시에 AI 도구를 활용하기 어렵고, 기기 노후화로 최신 AI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적 지원 체계의 격차도 나타났다. 테크 매니저와 디지털 튜터가 배치된 학교는 교사의 업무 부담이 줄고 수업 지원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일부 학교에만 제한적으로 지원돼 학교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정과 AI 도구 간 미연계도 현장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현재 활용되는 상당수 AI 도구가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맞지 않는 문항을 제공하거나 특정 교과 중심으로 개발돼 다른 교과에서는 활용 가능한 도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AI 활용 교육이 학교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보급 중심 접근을 넘어 현장 중심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교사들의 수업 적용 역량을 높이는 맞춤형 연수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학교 간 인프라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효진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은 “AI 도구는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일관된 정책 추진과 지속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