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에 문제가 생기면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여깁니다. 외부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교사 스스로도 그렇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이게 교사 소진의 원인입니다. 학급마다 상황이 다른데 ‘내 탓’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 평가가 필요해요. 교실 환경을 좌우하는 학생 성향부터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에요.”
정은효(사진) 경기 서촌초 교사는 ‘클래시파이’를 개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클래시파이는 학생 성향 기반 학급관리 플랫폼이다. 학생 성향을 파악하는 ‘클래시파이16’, 교우관계를 파악하는 ‘마음거리검사’, 학생의 강점과 마음 근력을 파악하는 ‘스트렝스360’ 3개 검사 결과가 학급관리에 연동되는 구조다.
학생 성향·강점·관계 검사 기반
자리 배치, 행발 초안 자동 생성
현직 4773명 '현실에 부합' 인증
'정당한 생활지도' 근거로 유용
클래시파이16 검사는 겉보기에 요즘 흔한 MBTI 같지만, 심리학계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성격 5요인(Big Five) 이론에 현장 경험을 결합해 만든 독자 모델이다. 성격 5요인은 MBTI보다 덜 대중적이지만, 수십 년간 수천 편의 논문과 수많은 데이터로 증명됐다. 정 교사는 이를 학교 현실과 학생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하고, 현장 교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계속 다듬었다. 정확한 분석과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독학으로 직접 코딩까지 했다.
그 결과 이제는 현장에서 믿을 수 있는 검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1만8000명의 교사가 이용하고 있으며, 23만 명의 학생이 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가 학생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고 인증에 참여한 교사만도 4900명에 달한다.
클래시파이가 호평을 받는 것은 이론을 교실 상황에 맞게 녹여내서다. 설문 문항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고, 분석 결과는 학생용과 교사용을 구분해 제공한다. 학생용 결과지에는 자기 성향에 대한 이해를 돕는 수준의 대략적 내용이 담기지만, 교사용 결과지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아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할 힌트를 준다. 위험군도 기존 틀 대신 교실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으로 구분해 교사의 이해를 돕는다. 학생별 결과뿐 아니라 학급 전체 통계도 제공한다. 다른 학급과 비교도 가능한데, 이를 통해 문제 원인이 개인의 역량 부족인지, 학급 구성의 문제인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교우관계를 파악하는 마음거리검사는 방법이 쉽고 직관적이다. 여러 질문을 읽고 답하는 설문형태가 아니라, 가까운 거리, 보통 거리, 먼 거리 3칸으로 나뉜 표에 친구 이름을 드래그 앤 드롭하는 방식이어서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다. 또한 가까운 경우는 친구의 ‘장점’을, 먼 경우는 ‘사건’을 적도록 해 정성적인 부분까지 알 수 있게 했다. 인맥의 범위와 학생 간 심리적 거리는 인포그래픽과 매트릭스로 제공하며, 다회차 검사 시 관계 변화를 꺾은선 그래프로 살펴볼 수 있다.
스트렝스360은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강점 검사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학교생활에서 발휘하는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아직 베타 단계인데, 감정조절, 회복 탄력성, 협동, 유머 감각 등 눈에 띄지 않던 장점을 찾아 키워주는 교육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클래시파이에는 이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를 덜어주는 도구가 여럿 담겨 있다. 자리 배치 기능은 클래시파이16, 마음거리검사를 토대로 다툴 가능성이 높은 학생끼리 짝이나 모둠을 이루는 것을 경고한다. 또한, 자리 배치 결과를 누적 관리해 같은 짝과 모둠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AI행발생성기는 학생 행동발달사항 초안을 만들어준다. 요즘 학생부 작성 AI툴이 많이 공개돼 있지만, 클래시파이16과 스트렝스360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교무수첩을 대신할 기능도 담았다. 교우관계 상담과 생활지도 내용을 탁상 달력에 메모하듯 쉽게 기록할 수 있다. 자동 날짜기록, 사진 첨부 등의 기능이 있고, 모바일로도 쓸 수 있어 편리하다. 이와 연동되는 ‘학급우체통’은 학생 상담 신청을 받는 기능이다. 원하는 상담 유형과 사건, 원하는 조치 등을 학생이 직접 적을 수 있다. 상담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정당한 생활지도’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교단일기는 교직 생활의 희노애락을 기록하는 웹 다이어리다. 힘든 기억은 떨치고 예쁜 기억만 차곡차곡 모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서비스다. 얼핏 인스타와 비슷하지만, 남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절대 개인공간이라는 점이 다르다.
마지막은 학년도가 바뀌는 시점에 유용한 분반 프로그램이다. 클래시파이16 결과를 반영해 학급 간 균형을 맞출 수 있고, 남녀 비율, 동명이인 배분에 편리하다. 기존에는 포스트 잇에 모든 학생 이름을 적고 이리저리 옮겨 붙이느라 며칠씩 회의하기도 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분반에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 교사는 "기술 전문가가 만든 학생용 에듀테크는 많지만, 교사를 위한 기술은 없어 아쉬웠습니다. 현장의 눈으로 교사를 위해 설계한 플랫폼인 만큼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