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과 연금 불일치, 소득 크레바스 어떡하나

2025.10.02 10:00:00

 

우리 사회는 전체 주민등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2018년 고령사회를 지나 6년 만에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초고령 사회,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정년연장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나, 고령자의 삶은 녹록하지 못하다. 통계청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66세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3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전체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는 37.8%를 차지할 정도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혼자 사는 고령자의 55.8%는 노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혹여 준비하고 있더라도 ‘공적연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며, 월평균 국민연금 수급액이 65만 원에 불과해 2021년도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조사한 노후 최소 생활비(부부 198만 원, 개인 124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년퇴직 이후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계속 일하려는 고령층이 전체 고령자 중 69.4%(남성 77.6%, 여성 61.8%)에 달한다.


 65세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첫째, 급격한 초고령 사회로의 진행과 인구구조 변화로 예상되는 노동력 감소, 노년 부양비 증가, 노인 빈곤 심화 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고령자의 고용 확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둘째, 2024년부터 2034년까지 11년에 걸쳐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된다. 이들은 노동 욕구가 강하고 교육 수준이 1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높은 편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이직할 경우 생애 노동 경험을 살리지 못하는 단순노무직으로 이동한다.

 

고령자 노동시장의 특징이 이직 사유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재취업하기가 어렵고, 재취업해도 임시일용직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2025, 지은정). 노동 빈곤의 위험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되도록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을 유지하여 소득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연금제도와 정년제도 간 부조화로 생기는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연금법」 제정 이후 3차례의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명목소득대체율이 70%에서 43%로 조정되고, 연금수급개시연령도 200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늘어나 2033년이 되면 65세에 국민연금을 받게 되면서 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수단이 약해지고 있다.

 

현재 「고령자고용법」상 법정 최저 정년은 60세이다.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정년퇴직 후 3년 또는 길게는 5년간 무연금·무소득으로 인해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후 소득 공백 문제는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넷째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약 3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공적연금의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고령자의 일자리가 대부분 임시일용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저임금과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고령 근로자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 법정 정년 65세 상향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높은 노인빈곤율 해결, △소득 크레바스 문제 해소, △2019년 대법원의 노동 가동연한을 65세 상향 판결, △OECD와 유럽연합 법원 등 연금수급연령 이상으로 정년을 설정하는 국제적 흐름 등을 이유로 제시하였다.

 

65세 정년연장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국민주권시대를 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8월에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청사진에 담긴 국정과제에는 정년연장, 주 4.5일제, 「노조법」 2·3조 개정, 초기업 교섭 촉진 등 37개의 노동정책이 포함되었는데 대부분 노동계의 오랜 숙원과제이다. 특히 지난 8월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 사회적 대화를 통한 단계적 정년연장을 2025년 하반기에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겨져 있다.2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법정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연령의 차이로 인해 은퇴자 소득 크레바스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년연장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정년연장은 하반기 핵심 쟁점 법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5세 정년연장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핵심의제 중 하나이다. 한국노총은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65세 법정 정년연장 관련법 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무원·교원을 포괄하여 정년연장의 필요성과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토론회·기자회견·국민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론전을 형성해 나갔으며, 지난 22대 총선과 21대 대선 정책의 핵심과제로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조직노동의 영향력은 21대 대선 후보 시절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단절은 생계의 절벽”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퇴직으로 은퇴자가 빈곤에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메시지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21대 대선 의제와 국정과제에도 그대로 포함되었다. 

 

 

교원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첫 출발
인구고령화를 겪은 주요 국가들은 노동력 부족, 연금재정 악화, 연령차별금지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년연장을 추진하거나 정년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고령자고용정책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OECD 주요 국가들은 연금수급개시연령 상향에 맞춰 법정 정년을 늘려 사실상 소득 공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연금재정 안정화를 이유로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연장해 왔지만, 법정 정년은 공무원 60세, 교원 62세에 불과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따라서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고 고령자의 생활안정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도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 민주당은 2025년 이내 단계적 정년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서 노·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22대 국회에서 65세 정년연장을 위한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되어 있다.


민간기업이 정년연장을 추진하면 공무원·교원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과 교원은 민간기업보다 고용안정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소득 공백 문제는 보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최근 한국교총이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정년연장 찬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의견이 57.6%로 반대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찬성의견으로는 소득 공백 해결 및 노후 대비 강화(60%)와 교원의 현장경험과 노하우의 지속성(23.6%) 등을 꼽았다. 현재 교육공무원의 정년은 62세에 그치지만 대학교수의 정년은 65세로 정년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가시화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공무원에 대한 정년연장 논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교육공무원 내 정년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형성되어 있고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이럴수록 사회적 논의를 통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총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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