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의 현주소②] 부모가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

2026.06.18 11:28:32

7년간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학생이 아닌 보호자를 만날 때였다. 아이들은 언어가 서툴러도 교실에서 웃고 울며 자란다. 그러나 보호자가 학교와 단절되어 있을 때, 그 성장은 교문 안에서만 맴돌다 가정에 이르면 힘을 잃고 만다. 다문화 언어 강사가 없는 곳에서 담임 교사는 번역 앱과 몸짓만으로 이주배경 보호자 상담을 홀로 감당하거나 보호자의 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밀집 지역 교사에게는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라도 있지만, 비밀집 지역 교사는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진다.

 

이주배경 보호자가 학교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관심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다. 생업에 빠듯한 일상, 한국어 가정통신문의 언어 장벽, 낯선 학교 문화에서 오는 막막함이 그 배경을 이룬다. 학사 일정, 수행평가 제도, 체험학습 신청 같은 사안들은 이주배경 보호자에게 전혀 다른 세계의 언어나 다름없다. 다누리콜센터(1577-1366)의 3자 통역 서비스가 있지만, 교사가 상담마다 이 절차를 밟기란 쉽지 않다. 결국 번역 앱에 의존하거나, 학생을 통역자로 세우거나, 소통 자체를 포기하는 것 중 하나로 귀결된다.

 

보호자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서울교육청은 2026년 다문화교육 종합계획에서 밀집학교 교육여건 개선, 이주배경학생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서울형 트라이앵글 다문화교육 거버넌스' 구축 등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학부모 교육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에 응하여 올해부터 '이주배경 보호자 학교 이해 아카데미'를 연 10회 운영하고 있고, 자녀의 학교 교육에 관심 있는 보호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역설이 있다. 아카데미를 찾는 보호자는 이미 학교와 어느 정도 연결된 보호자들이다. 정작 지원이 절실한 보호자는 아카데미 문턱조차 밟지 않는다. 야근과 주말 노동으로 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학교의 참여 방식이나 소통 채널 자체가 낯설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다수야말로 현장의 진짜 사각지대이다.

 

현장 맞춤 정책 마련돼야

 

보호자 지원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생태계로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취학 시점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취학 등록 문의가 있을 때 학교에서 보호자 연수 링크 또는 QR을 전송하여, 보호자가 모국어로 온라인 연수를 미리 이수하고 취학 등록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후 학사 일정·수행평가·행사 정보를 다국어 모바일 알림으로 자동 발송하고, 취학 전 안내 체계를 갖추어 학부모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찾아가는 미니 아카데미와 주말·야간 운영 회차 신설을 제안한다. 지역 내 외국인 커뮤니티, 종교기관, 가족센터와 연계하여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계를 먼저 맺는 방식으로 접근할 때, 변화는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셋째, 다온아이(AI)센터를 보호자 참여 거점으로 함께 설계해야 한다. 다국어 자동통역 상담 창구와 쉬운 언어로 안내하는 AI 챗봇은 언어 장벽을 허무는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다. 언어권별 보호자 자조 네트워크를 학교 단위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코디네이터를 배치한다면 이주배경 보호자의 학교 접근은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학교는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그 변화는 교문을 나서는 순간 멈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단 하나다. 아직 손이 닿지 않은 보호자에게 어떻게 먼저 다가갈 것인가? "부모가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라는 말은 보호자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가 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교육 정책의 몫이라는 뜻이다.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다온아이(AI)센터가 이주배경 가정이 공교육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열린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 문 앞에 든든한 인프라와 친절한 안내자가 함께할 때, 아이들의 성장은 교실 밖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미영 서울신강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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