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장애아 입양한 황치범 교사 부부

2004.11.17 17:12:00

"늦둥이 승현이 잘 키울게요"

지난달 서울 금천구의 한 사진관에서 세상 어느 가족보다 아름다운 특별한 가족이 탄생했다. 5살배기 승현이를 안은 황치범(56·서울 삼성중) 교사와 아내 김명숙(57) 씨가 장성한 두 딸과 첫 가족사진을 찍는 날.

“늦둥인가요?” 사진사의 물음에 “네”라고 답하며 품 안의 승현이를 바라보는 이들 부부에게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4년 전 신생아 중환자실에 버려졌던 승현이가 오늘 황 교사 부부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 것.

승현이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귀가 없고 안면근육 마비에 심장기형, 염색체 이상까지 겹친 장애를 가져야했다. 그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부모와 헤어지는 더 큰 아픔도 따랐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그해 음성꽃동네에 맡겨져 복실이로 자라던 승현이. 그런 승현이를 황 교사가 처음 본 건 3년전 병원에서다. 꽃동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둘째 딸이 폐렴을 얻은 승현이를 강남성모병원으로 데려와 간호하는 일을 부부가 함께 도우면서다.

한 달 후 다시 폐렴으로 입원한 승현이를 다시 꽃동네로 보낼 수 없었던 황 교사 부부는 곧바로 위탁부모가 됐다. 그게 2001년 3월 19일. “아픈 승현이에게 잠시 힘이 돼 주자는 게 벌써 3년 8개월이 흘렀다”는 황 교사다.

위탁부모가 됐지만 승현이를 돌보는 일은 환갑을 바라보는 부부에겐 벅찬 일이다. 지금은 많은 고비를 넘겼지만 처음 승현이의 상태는 아주 심각했다. 두 차례 큰 심장수술을 하며 꼬박 병상을 지키는 일이 계속됐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심장을 체크하러 병원을 다니고 있다.

2년 후에는 비대칭인 얼굴을 교정하고 왼쪽 귀를 만드는 큰 수술을 또 치러야 한다. 그래도 부인 김명숙 씨는 “얼굴이 비뚤어지고 귀가 없어도 딸들 키울 때 보다 더 예쁘다”고 말한다.

말과 행동이 또래보다 2, 3년 이상 처진 승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 온 가족은 매일매일 전쟁이다. 가정교사로 나선 두 딸은 한글 단어를 여기저기 붙여놓았고 새벽까지 자지 않는 승현이를 돌보느라 둘째 딸은 아예 오후에 출근하는 영어강사 자리로 학원을 나간다.

그렇게 친아들, 친동생으로 사랑을 쏟은 황 교사 가족. 하지만 얼마 전 이들에게는 중대한 순간이 찾아왔다. 이미 의무위탁기간(2년)을 훌쩍 넘겨 곧 헤어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어도 가슴으로 낳아 기른 승현이기에 꿈에도 이별을 생각지 않았던 이들. 승현이에게 희망을 함께 할 가족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입양으로 모아졌다.

황 교사는 “심장수술을 받은 승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성당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입양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부인 박명숙 씨도 북받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앞으로도 황 교사 부부가 승현이와 흘려야 할 눈물이 얼마인지 모른다. 4년 만에 기적처럼 건강해진 승현이지만 최근 골덴하증후군이라는 병증이 또 발견됐다. 지능이 많이 떨어져 테스트 결과 1.9세 수준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학습도 곤란하다는 절망적인 말을 들었다. 평생 누군가 지켜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도 크다.

그렇지만 황 교사 부부는 승현이가 건강을 찾은 것처럼 홀로 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황 교사는 “자신 있습니다. 조금 늦겠지만 열심히 가르치고 도와주면 승현이도 나중에는 남을 돕는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조성철 csc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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