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함께

2026.08.05 14:12:13

영감님이 갑자기 배가 아프단다

화장하고 가방 메고 나갈 준비를 마친 마나님은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다.

거울에 비친 머리를 한번 만져 보고

더 멋스러질까 하여

머리를 쓸어 올린다.

일을 마친 영감님이 우두커니 기다린다.

망건 쓰다 장 파하게 생겼다*.

 

오늘만 날인가?

늦은들 어떠한가

 

기다릴 수 있는 영감님이 있고

기다려주는 마나님이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어느 덧 70대

함께한 세월 42년

 

남은 생도

건강하게

기쁘게

 

함께 걸을 수 있도록

하늘님과 조상님께 기도드린다.

*'망건 쓰다 잘 파한다'는 차림새를 꾸미느라 시간을 보내다 장이 끝나버렸다는 데에서 나온 말로, 사소한 일에 매달리다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를 이르는 속담이다.

 

오은순 공주대 명예교수 esoh@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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