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학교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2021.06.04 10:30:00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는 단어들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집단면역’, ‘코호트 격리’란 용어는 과거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나 사용했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그 의미를 알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2018년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이란 표현을 사용한 이후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이 일상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사용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
성인지 감수성은 영어로 ‘gender sensitivity’인데 과거에는 성별 감수성 혹은 젠더 감수성이라고 하였는데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성인지 감수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성인지 감수성이란 무엇일까? 아직까지 통일된 해석은 없으나 ‘일상생활 속에서 성별에 대한 차별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 ‘성별의 불균형에 따른 유·불리함을 잡아내는 것’, ‘성폭력·성희롱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 등으로 이해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2018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초로 판결문에 등장하였다. 성희롱을 하여 해임된 대학교수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은 대학교수(원고)의 성희롱을 인정하여 원고에 대한 해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2심은 해임처분이 위법하다고 보는데 성희롱을 호소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①피해자가 대학교수로부터 심한 질책을 들은 직후 복수하겠다는 말을 하고 성폭력 신고를 한 점, ②피해자가 평소 대학교수의 강의평가에 ‘단점이 없다’, ‘재미있고 즐겁다’라고 응답한 점, ③대학교수의 신체접촉이 불편하였음에도 수차례에 걸쳐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도움을 청했다는 것은 통상의 성희롱·성추행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④피해자가 수업을 들으면서 친한 친구에게 불평을 한 사실이 없는 점, ⑤피해자가 자신이 피해자인 사건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피해자인 사건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성희롱 내지 성추행 피해자로서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인 점, ⑥피해자들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각서를 작성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법적대응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여 공증사무소에서 인증까지 받았는데 통상 피해자가 단순히 가해자를 용서하는 합의를 하여주는 행동이라고 보기에 이례적인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올바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성인지 감수성은 행정소송 판결에서 최초로 등장하였는데 이후 형사재판에도 적용되고 있다.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건 직후 웃음을 보이거나 가해자와 손을 잡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1심은 성폭행이 아니라고 판시하였으나, 2심은 “사회통념상 강간 피해를 당한 직후의 여성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성폭행을 인정하였다.

 

학교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학교현장에 스쿨미투운동 이후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폭증하였다.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수년 전의 일을 성폭력으로 신고한 것, 여교사가 학생을 격려하며 엉덩이를 토닥인 것, 졸업앨범을 찍으려고 전통의상을 입고 온 학생이 예뻐 보여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고 학생이 동의하여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은 것 등이 모두 성희롱·성폭력으로 문제되었다.

 

성희롱·성폭력으로 문제되었을 때 행위자의 대응은 ①‘행위가 없었다’, ②‘추행의 의사로 한 것이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행위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주된 방법은 신고자(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인데, 성인지 감수성이 판결문에 등장한 후로는 피해자 진술을 탄핵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되었다1. 또한 ‘추행의 주관적 의사’가 없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한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판례이다2. 따라서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피해자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 추행의 의사가 없었다는 행위자의 주장만으로는 성폭력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동일한 행위, 동일한 발언을 100명한테 하였을 때 99명이 문제 삼지 않더라도 1명이 문제 삼으면 성희롱·성폭력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해결책은 문제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스승과 제자 사이인데 격려의 의미로 어깨 정도는 토닥일 수 있는 거 아니냐”, “나도 다 큰 딸이 있는데 내가 설마 그런 의도로 했겠느냐”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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