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광복 80주년을 맞아 불러 본 광복절 노래는 큰 감동이 있다. 1949년 11월, 정부가 공모를 통해 1950년 4월 확정된 광복절 노래는 교육학자인 위당 정인보 선생이 작사했다. 선생께서는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까지 직접 노랫말을 지었다. 이처럼 교육자들은 국권 회복을 위해 직접 나서거나 후진양성에 힘썼다.
우리나라는 광복 8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2024년 기준 세계 GDP 순위 14위가 됐다.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은 국민의 성실함과 교육열 등 국민역량, 정부주도형 경제 개발, 기업가와 노동자의 열정, 우수 인재 양성을 한 교육자의 헌신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결과다.
80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도 발전을 이뤘다.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한 제헌헌법을 기반으로 1950년 시작된 의무교육은 1970년에 초등 취학률 100%를 달성했다. 중학교 의무교육은 2004년에 완성됐다.
1952년에 초등학생 237만 명, 중학생 30만 명, 고등학생 12만 명, 대학생 3만 명이던 것이 2024년에는 초등학생 260만 명, 중학생 132만 명, 고등학생 127만 명, 대학생 270만 명으로 양적 팽창을 이뤘다. 질적인 발전도 눈부시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과 중도 탈락자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도 1960년대 비슷한 경제구조와 규모를 가졌던 한국과 가나가 30년 뒤 1인당 GNP가 15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인 원인으로 교육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광복 80년 눈부신 발전 동력 교육
교실 붕괴·교권 추락 등 위기 맞아
공교육 힘 키워 재도약 기반 다져야
이런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 우리 교육은 위기를 맞고 있다. 학업 성취도는 1등이지만 학생 행복 지수는 꼴등인 것이 첫 번째 위기 신호다. 또 균형을 이뤄야 하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는 약해지고 수단적 가치만이 강조되고 있다. 학력 지상주의와 사교육 부담은 그 한계에 도달했다. 권리만 강조하는 풍조로 의무와 책임은 소외되고 있다. 여기에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으로 인해 교원 명퇴 수는 늘어나는 반면, 우수교사의 유입은 줄고 있다.
광복 이후 농업시대와 산업 시대를 지나 AI로 대변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우리 교육의 기능과 역할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특히 인구절벽과 저출산 현상은 시련이자 도전이다.
급격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변화 속에서 교육도 함께 변화를 요구받고 있지만, 그 소중한 가치는 지켜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교사들의 전문성과 열정은 가장 중요한 교육자산이다.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아줄 교육과정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수 인재 양성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교권 보호, 교육여건 개선, 교육재정 확보를 통해 공교육 힘을 키워야 한다. 다양성과 자율성, 유연성을 확대하되 뒤처지는 계층을 보듬어 교육 불평등 심화가 없게 해 교육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투자와 노력, AI 윤리교육 강화도 시급하다.
지나온 80년은 매우 힘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최선의 노력과 과정이었다. ‘빛나는 발걸음, 새로운 길’이라는 광복 80주년 슬로건처럼 이제 새로운 교육 도약을 함께 이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