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디자인하자

2010.10.01 09:00:00

2003년 중등학교 교사 독서교육 직무연수에서 ‘과학교육과 독서’라는 강의를 맡은 적이 있다. 영국의 교육철학자 스노우(Charles Percy Snow, 1905〜980)가 <두 문화(Two Cultures)>에서 말하듯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싶어 ‘행복한 동행’이라는 부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마지막 장면, 허 생원과 동이가 충주로 가는 행복한 동행으로 강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괜찮은 강의를 디자인해보고 싶어 2박 3일 일정으로 이효석의 체취를 느끼러 강원도 평창, 봉평과 대화 장터, 이효석 생가와 기념관,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허 생원이 건너다 물에 빠진 그 개울도 찾았다. | 조갑룡 부산 경남여고 교장

강의의 시작은 작은 음악과 함께 다음과 같이 어느 여선생님의 낭송으로 열었다.

…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준비도 많이 했고, 나로서는 처음으로 PPT와 동영상을 활용해 본 강의여서 긴장도 되고 한편으론 설레기도 했다. 결과는 무척 좋았다. ‘감동적이었다’는 수강생들의 메일을 통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후부터 ‘감성 스토리텔링’은 나만의 강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스토리텔링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곳은 관심이 생기고 흥미가 끌리며 쉽게 정이 든다고 하지 않던가. 이야기 속에 담긴 희로애락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교훈이나 깨침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에 대한 ‘서비스 정신’, 상대방의 귀에 들리는 말을 하자

모 기업의 임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경영자였기에 모두가 기대를 하고 강의에 임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학을 하다시피 해서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체에 입사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남들이 오르기 힘든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세계경제의 동향을 보면 1등 기업만이 살아남는 상황이다. 여러분들은 국가의 동량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요지의 강연이었다. 강연은 논리 정연하고 정확했으며 게다가 스케일까지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10여 분이 지나자 학생들이 졸기 시작해 나중에는 절반 정도가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결론은 자기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조갑룡 부산 경남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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