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서 생산되는 과일 종류는 화학의 원소 주기율표와 같이 세상에 없는 게 없다. 땅도 넓고 기후도 다양하여 열대 과일부터 냉대 과일까지 그 분포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 난 늘 이란을 과일 천국이라고 자랑한다.
이곳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과일 파는 상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규모가 무척이나 크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일 백화점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노랗고, 빨갛고, 피랗고 그리고 초록빛 특유의 색깔들을 지닌 과일들이 지천으로 쌓여 있다.보기만 해도 저절로 배가 불러오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이란하면 바로 떠오르는 과일이 바로 석류이다.
이곳 과일 가격도 무척이나 싸다. 석류 1kg이 우리 돈 한 1천원 정도하니 한 5kg 정도만 사면 한 소쿠리 정도 되니 말이다. 혼자서 먹는다면 한 여흘은 족히 먹을 양이다. 계절마다 나오는 과일이 매우 다양하다. 봄에는 체리와 딸기가 봄철 입맛을 돋우고 여름철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포도, 자주, 복숭아 등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여름철 과일의 대명사격인 수박과 참외(드니아)은 그 크기도 크거니와 가격도 무척 싸다. 보통 한덩어리에 한 5백원 정도이다.
그 다음 가을철 과일의 상징은 석류, 오렌지, 아몬드, 피스타치오이다. 이 네가지 과일의 재배 면적이 이란 과일 재배 면적 중 가장 많이 차지한단다. 필자가 지난 가을 쉬라즈에서 야즈드라는 도시로 이동하는 데 한 20km 길을 지나면서 온동네가 석류 나무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 속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만 계산해도 수십만톤은 되겠다 싶었다. 통계에 의하면 이곳 이란에서 연 100만톤 정도의 석류가 생산된다고 하니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대강 짐작이 간다. 자국민이 한 절반 정도 소비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진국으로 수출된단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90%이상이 이곳 이란산이다. 상품 생산지 표시란에 이란산이라고 선명히 표시되어 있으니.
이란에서 이렇게 최고급 석류가 생산되는 데는 하늘이 내린 기후와 토질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석류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해발 고도가 높아야 한다. 한겨울 밤낮 기온차가 심해야 꽃눈이 잘 분화한단다. 그리고 봄에 적당한 온도에 꽃이 피면 건조한 기후에 잘 자라는 꿀벌이 자연스럽게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면서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이란 전형적인 고온 건조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씨알이 굵어진다. 여기서 고온 건조한 기후 때문에 특별한 병 없이 가을 까지 이어진다. 그러면서 석류의 진가를 발휘하는 씨알에 단물이 풍성이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석류는 대부분 씨알이 작고 신맛이 나며 오래 저장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또 석류 쥬스를 만들때 25% 정도의 천연액만 나온다고 한다. 이건 순전히 습하고 일조량 부족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곳 이란 산은 65% 정도 천연 쥬스액이 나온다니 속살이 완전히 진홍빛 액체 덩어리로 되어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런 석류가 이런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다니 얼마나 복받은 나라인가.
사실 이란하면 석유, 가스로 먹고 사는 나라인 줄 알고 있는데 이란에서 생산되는 과일 농산물로 연 수억불 이상 수출한다니 1차 산업치고는 대단한 액수이다. 세계 피스타치오, 아몬드 등 건과류 시장을 이란산이 거의 다 휩쓸다시피한다.
오랜 경작사를 자랑하는 석류는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그려졌으며 성서에도 여러 번 나오는 이름난 과일이다. 페르시아에서는 ‘생명의 과일’‘지혜의 과일’로 알려져 왔다. 건강과 병 치료에 유효한 여러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고 한다. 최근 이란 지역 중년여성들이 갱년기 장애를 거의 겪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석류는 ‘갱년기 여성에게 제2의 생명을 준다’는 평판 속에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석류는 급속히 각지로 퍼졌다. 중국의 경우, 기원전 3세기 한무제 사신으로 대하(박트리아,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장건이 현지의 페르시아산 석류를 가져와 보급시켰다. 한반도에는 8세기께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 복식 유물에서도 석류무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석류는 우리와 이란과의 유대를 맺어준 고마운 과일 매개체다.
아리아인으로 자긍심이 매우 높은 페르시아인. 현재의 이란은 고대 문명을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기원전 3천년 후부터 석류나무의 한자 이름이 사용되었단다. 그 한자 이름이 바로 ‘안석류’이다. ‘안석’은 안식국, 곧 페르시아를 뜻한다. 그러니 석류의 원산국이 바로 이란는 뜻이다.
이란에는 수십 종류의 석류나무가 있다. 과실은 핑크, 자주색, 황색, 녹색 등이 있고 가장 대중적인 것이 빨간색으로 맛도 여러가지이다. 이 과실은 식용 뿐만아니라 염색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나무의 껍질은 황색, 과실은 붉은 색, 잎은 녹색으로써 유명한 페르시아 카페드 염색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뒤 아리아인은 석류나무를 과일의 상징으로서, 천국의 과일, 또는 신이 선사한 선물로써 소중하게 키웠고 모든 과일의 영양분이 집약되어 신의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더욱이 기원전 522년에 아케메네스조의 대왕 다리우스1세가 페르세플리스 궁전을 건립할 때에는 석류나무의 꽃과 잎의 디자인을 궁전에 도입하고, 다리우스 자신의 의복과 장신구에도 그 디자인을 사용하였다고 하니 이란 석류의 그 진가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현재에도 최고의 과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