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복한 고민

2015.03.30 09:07:28

지난 2월 어느 날 아침, 학교 복도에서 마주친 한 2학년 아이가 존경한다는 말과 함께 공손히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교장선생님, 할 말이 있는데요”하면서 주변을 살피기에 아이 가까이 귀를 댔다. 아이가 말하길 “교장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을 정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내년에도 지금 우리 선생님을 꼭 담임되게 해주세요. 꼭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건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결정하는 것이지 내 맘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알려줬다. 그래도 그 아이는 거듭 부탁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빙판길을 달리는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2학년 아이가 나를 발견하더니 색종이 봉투를 건넸다. 그 아이는 전날 복도에서 만난 아이와 같은 반이었고, 건네준 편지에는 역시나 같은 부탁이 담겼다.

또 다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해당 2학년 담임선생님의 감동적인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학부모 공개 수업 날, 학부모들에게 내 반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자 새벽 2시까지 작업했다는 동영상 자료, 5명의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전날 퇴근해서 시장을 돌며 준비한 재료로 아이들과 월남쌈을 만들던 모습, 베트남에서 온 학부모를 위해 학교생활 안내서를 인터넷 번역기로 번역해주던 정성 등. 항상 웃는 얼굴로 친자식처럼 대해주는 담임선생님의 큰 사랑을 아이들이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것이다.
2학년 학부모가 가져온 귤을 전교생에게 베풀 줄 아는 아이들의 마음은 바로 감동의 선생님이 일 년 동안 심어준 결과일 것이다.

20명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주고, 한 아이, 한 아이 눈을 맞춰가며 이끌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교장 또한 뿌듯하고 행복했다. 운동장, 복도, 화장실, 그 어느 곳에서 만나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교육은 사랑이다’라는 어느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저 아이들의 부탁을 어찌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안겨준 아이들 덕분에 꽃샘추위도 잊고 지나갔다. 
함필규 충남 염작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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