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동전

2001.07.02 00:00:00

축현초등교에서 재직했을 때의 일이다. 거의 1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 해 겨울이 생생하다.
출근해서 교실에 잠시 머물렀다가 옷을 갈아입고 교무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금방 책상 위에 놓았던 동전이 몽땅 없어졌다. 혹시나 해서 책상 위의
책들을 이러저리 들쳐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맨 뒤에 앉은 영리한 정아가 "선생님, 무얼 찾으세요?" 하며 소리쳤다. "어, 여기 있던 동전들이 없어졌어"
내 말에 갑자기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얼만데요?" "엉? 구 백 원!"
나는 어림잡아 말했다.
1학년 꼬마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앞으로 모아졌다. 그 때 맨 앞에 앉아 있던 영천이가 씩씩하게 걸어나오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선생님! 팔 백 원이잖아요? 이거 봐요."
영천이는 두 손을 쫙 폈다. 왜 팔 백 원인데 구 백 원이라고 말했는지 검사가 위증한 증인을 심문하듯 나를 쳐다봤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어∼그래. 내가 잘못 말했어. 맞아, 팔 백 원! 동전이 그 새 따뜻해졌네"
순간적으로 야단 대신 다른 소리가 나왔다.
영천이는 가출한 엄마 때문에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글자는 전혀 몰라도 돈 계산은 좀 한다. 매일 이 백 원씩 받고야 학교에 오기 때문에
아침이면 항상 돈이 있었다.
그 날은 딱지와 뽑기를 사서 돈을 다 써버렸다고 했다.
말 한마디 잘못한 덕분에 돈을 쉽게 찾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왔다. 철모르는 영천이 두 손을 꼭 잡고 난 이렇게 말했다.
"영천아, 어쨌든 남의 물건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지?"
"…" 영천이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임세자 인천 함박초등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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