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답초등교 6학년 2반 교실. 국어수업을 마친 엄선애 교사가 시간표를 확인한다. 3, 4교시에는 1반에서 수학수업이 있다. 1반에서 사회 수업을 막 마친 김명기 교사는 탈의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다. 2반 학생들과 3, 4교시에 체육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중·고등학교의 교실을 연상시키는 이런 풍경은 동답초등교가 실험 운영하고 있는 복합교과전담제 때문이다. 이종복 교장은 "담임 교사가 교담을 제외한 모든 교과를 가르치는 것은 전문성 확보나 수업 효과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두 개 학급을 짝을 지어 각각의 교사가 과목을 나눠 가르치는 방식을 2년간 실험 운영했다"고 말했다.
열린교육시범학교로 지정된 동답초는 2년간 4학년 1, 2반과 5, 6학년 각 두 학급을 묶어 모둠학급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하고 2월 중 각 교사에게 담임 학년 희망조사를 실시했다. 또 문과(국어, 사회), 이과(수학, 자연) 중 주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부전공으로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실과 등을 희망하게 해 한 교사가 5, 6개 교과씩 나눠 가르치는 복수교과전담제를 도입했다.
수업은 문과, 이과반을 맡은 교사가 협의해 시간표를 짠 후 각자가 맡은 교과시간에 서로 교실을 옮겨다니며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각 교사는 자기 교실에 각자 맡은 교과의 활동자리 코너를 만들고 평소 담당교과의 교수-학습자료를 확보, 분류함으로써 수업 시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특성화해 놓았다.
교과 수업은 단원의 특성에 따라 각종 자료가 필요하면 학생이 이동해 받고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서로 옮겨 다니며 실시했으며 수업시간도 40∼80분 내에서 융통성 있게 운영했다. 이로서 두 교사는 교과 연구, 지도안 작성, 연수, 공개수업 참관에 각자가 맡은 교과에만 참여하고 수업 준비, 평가, 결과처리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임으로써 교과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4학년4반 서경주 교사는 "수학 학습지를 하나 만들어도 3개 반에서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게다가 담당 과목도 줄어들어 예전보다 한 과목 준비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교환수업에 따른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두 교사가 두 학급을 공동으로 담임하는 복수학급담임제를 도입해 보완했다. 또 이들 교사가 2, 3년간 같은 학년을 중임하게 하고 그 후에 1∼3학년으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전문성 확보와 교사간 불만의 소지를 없애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4학년 3, 4, 5반은 불가피하게 3개 반 모둠학급으로 편성될 수밖에 없어 절충식교과전담제를 도입 운영했다. 이 방식은 3명의 담임교사가 국어를 제외한 수학, 사회, 자연교과를 자기 전공과 특기에 따라 3개 반에 걸쳐 분담, 지도하고(이에 따라 각 반이 수학반, 사회반, 자연반으로 편성됨) 교과전담 교과를 제외한 다른 교과들도 모둠학급 교사들의 전공과 특기를 고려해 나눠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교사, 학생의 잦은 이동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수업시간을 2시간 단위로 할 것을 권장했다.
이 같은 모둠학급 교환수업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6학년3반 김혜영 학생은 "한 선생님이 가르칠 때는 잘 못하시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각자 더 잘 하는 과목을 가르치셔서 이해도 잘 되고 재미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5학년3반 송광영 군은 "앞으로도 계속 교환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바람을 얘기했다.
실제로 학생 535명, 학부모 516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73.6%의 학생과 83.6%의 학부모가 복합교과전담제가 `좋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전공과목을 가르치니까 능률적이어서'(36.4%), `재미있어서'(26.0%)라고 답했다. 또 4∼6학년의 경우, 수업 만족도가 99년 3월과 2000년 7월을 비교할 때, 전 교과에 걸쳐 10∼40%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도 수업 연구-준비시간이 절감되고 교수-학습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생활지도 문제, 교실환경 개선 등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수원 교육과정부장은 "복합교과전담제는 초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앞으로 저-고학년 담임 전담제를 도입하고 학급당 1명까지 보조교사를 두는 조치 외에 수업시수를 20시간까지 낮추는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답초는 복합교과전담제를 2년간 실험운영한 결과를 지난달 28일 운영보고회를 통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