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몰래 녹음 '불법' 판결 의미 되새기자

2025.05.19 09:10:00

“몰래 녹음은 위법하고 몰래 녹음으로 수집한 자료는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

 

13일 수원지방법원 2심 판결 요지다. 이번 판결로 1심에서는 유죄였던 해당 특수교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교직 사회는 환영과 안도의 분위기다. 강원 체험학습 인솔 교사 유죄 판결로 상심이 컸던 교원들도 다소나마 위안을 받았다. 판결 직후 학부모는 ‘속상하지만,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특수교사는 지지해 준 전국 교사와 학부모 등에 감사를 표했다.

 

이 사건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고 교육계의 큰 관심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실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교실 내 제3자의 몰래 녹음에 대한 위법성 여부와 몰래 녹음된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여부였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우선 교실 내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의 위법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므로 몰래 녹음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은 이미 대법원이나 1심 판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판결은 학부모가 자녀를 통해 교실을 몰래 녹음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위법 행위라는 인식 확산 계기돼

불안에 떠는 교실 이젠 사라져야

 

둘째, 1심과 달리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이다. 1심은 피해 아동의 특수성과 학대 확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녹음의 증거능력을 받아들였다.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몰래 녹음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다른 결론을 냈다. 판결이 바뀐 이유 중 하나가 올해 2월 유사 사건인 서울동부지방법원의 2심 판결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동부지법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입법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감청 등에 의해 지득 또는 채록한 경우, 이를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선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동부지법과 이번 수원지법의 판결은 앞으로 몰래 녹음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무엇보다 오랫동안 특수교육에 매진한 특수교사의 명예를 되찾고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를 구현한 판결이다. 이를 계기로 학생의 문제행동이나 교권 침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행한 교사의 극히 일부 발언을 몰래 녹음해서 아동학대 신고하는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 더 이상 교실에서 한 이야기가 몰래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떠는 교사가 없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적 학대 행위’ 개념을 구체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시급하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특수교사를 위한 교사 증원 및 교권 보호와 특수교육 발전 대책도 요구된다. 교육당국은 위법 행위인 제3자에 의한 교실 내 불법 녹음에 대해 즉각 고발 조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치를 세우고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부는 학부모의 몰래 녹음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고시에 포함해야 한다.

 

엿듣기, 엿보기가 만연한 사회에 신뢰와 정의는 없다. 몰래 녹음 없는 세상, 상호신뢰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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