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수업료를 못내던 그 아이

2000.07.03 00:00:00

오래 전 충북 K중학교에 몸담았을 때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벽지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았던 내가 수업료를 못 낸 한 아이와 겪은 일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던 시절인 만큼 우리 반 60명의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수업료를 내지 못 하고 납부기한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그 중 Y라는 학생이 있었다. 벌써 수업료를 갖고 오겠다고 수 차례 약속한 그 아이는 그 날도 고개를 떨구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께서 내일은 꼭 주신대요"

나는 "약속을 여러 번 어겼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내겠다는 것이냐"고 다그쳐 물었다. 벌써 아침 교무회의에서 교장 선생님에게 "홍 선생 반이 엉망이니 신경 좀 쓰세요"라는 꾸짖음을 받은 터라 나도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그러자 그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내일이면 저의 어머니가 깜둥이(흑인미군)한테 시집가서 돈 많이 벌어 온대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그 아이를 귀가시키고 저녁에 집으로 찾아갔다. 그 때의 놀라움이란…. 학생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누운 지 여러 해였고 방물장수로 지방 각처를 떠도는 어머니는 보름에 한 번 꼴로 집에 들르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애가 끼니를 굶는 일이 다반사라는 아버님의 말씀에 가슴이 왜 그렇게 메이던지….

Y학생의 아버님께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주머니에 있던 1300원을 털어 드린 후 집에 돌아온 나는 도대체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 온 날을 새우고 출근길에 서무과에 들른 나는 그 학생의 공납금(당시 현금 4000원)을 급료에서 제하기로 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교실로 향한 적이 있었다. `퇴직하는 그 날까지 다시는 공납금 독촉을 안 하리라' 마음먹으면서….
홍인철 충주 새한미디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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