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학폭 변호사 참여, 교육적 해결 약화 우려”

2026.07.06 17:55:33

변호사 선임 필수 인식 확산 우려
공적 지원 강화·학교 부담 완화 촉구

국회 황운하 의원(조국혁신당)이 대표발의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해 한국교총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학교폭력 심의 과정에서 변호사 참여를 법률로 명시할 경우 학교폭력 사안의 법적 분쟁화가 심화되고 교육적 해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총은 최근 교육부와 황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 등에 의견서를 보내 “학교폭력 심의 절차와 결과가 학생과 보호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변호권의 중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개정안이 가져올 기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형사절차, 학교폭력 상담·조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보호조치 신청, 분쟁조정, 행정쟁송 등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심의 과정에서 변호사가 참여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총은 피해학생 보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제도에서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보호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 자문을 받거나 행정심판·행정소송 과정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학교폭력예방법에 변호사 참여를 별도로 명문화하는 것은 과잉입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총은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변호사 선임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률 조력을 받아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부담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교총은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이 피해학생 보호뿐 아니라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분쟁 조정, 학생의 건전한 성장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상담과 조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 참여가 제도화되면 학교가 교육적 해결 공간이 아니라 사실상 ‘제2의 경찰서와 법원’처럼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교육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에 법률 대리인이 개입하면 학생 간 갈등이나 오해를 대화와 관계 회복으로 풀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며 “성찰과 화해보다 법리 다툼이 우선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학생 지원은 사적 대응보다 공적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도 피해학생 법률지원서비스와 공익변호사지원단, 법률홈닥터 등 공적 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개별 가정의 변호사 선임을 부추기기보다 예산과 제도를 보강해 공적 지원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교총은 경미한 사안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사안까지 초기부터 변호사가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양측이 서로 피해를 주장하는 이른바 ‘맞폭’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피해학생 측 변호사 참여만 특례로 규정할 경우 가해학생 또는 보호자의 변호권 보장과의 균형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의 업무 부담 증가도 우려했다. 변호사가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거나 질문 방식 등에 개입할 경우 학교폭력 담당 교원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도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담당 교사와 관리자에게 민원과 소송, 아동학대 신고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변호사의 초기 개입은 업무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법률 조력 격차도 문제로 제기했다.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변호사 선임 여부와 대응 수준이 달라질 경우 학생 간 형평성 논란과 학부모 간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석 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절차적 권리 보장은 중요하지만 학교폭력 사안을 법률시장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며 “피해학생 지원은 공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학교가 교육적 해결과 관계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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