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의 달이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에는 ‘몸이나 마음에 장애를 가진 어린이는 필요한 교육과 치료를 받아야 하고, 빗나간 어린이는 선도되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빗나간 학생에 대한 선도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있어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상태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반성문 하나를 쓰게 하는 것도 학생 인권 침해라는 논란 때문에 ‘성찰문’을 대안으로 사용하지만, 이조차 자칫 민원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조심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심지어 교사를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까지 빈번해지면서 교사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열악해졌다.
교육적 권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생활지도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교사들의 무기력이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교사가 움츠러들 때, 정작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를 배우고 진심으로 반성하며 바르게 성장할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
사전 ‘안전’, 사후 ‘원칙’ 길러야
바람직한 생활지도는 사전 예방뿐만 아니라 엄정한 사후 조치까지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순자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이미 일이 벌어진 뒤에는 그 형세에 맞춰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후 대처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위기관리 분야에서도 평소에는 예방과 대비에 집중하되, 위기 발생 직후의 대응과 수습이 그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본다.
생활지도 영역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급의 진면목은 ‘평소에 얼마나 예방을 잘했는가’뿐만 아니라, 문제 상황이 터졌을 때 ‘원칙에 따라 얼마나 책임감 있게 대처하는가’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은 사전 예방을 통해서 ‘우리 반은 안전하다’라는 것을 느끼고, 사후 조치를 통해서 ‘우리 반은 원칙이 살아있다’를 배운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적 조치를 내리는 것은 단순히 벌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타인에게 준 피해에 합당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회적 약속을 가르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후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생활지도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예방만큼이나 사후 조치의 투명성과 진정성이 학생들의 바른 성장의 키가 된다.
생활지도의 본질은 학생이 자신의 행동에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인과관계를 학습하게 하는 데 있다.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합당한 훈육이나 교육적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면, 학생은 사회로 나가기 전 책임의 무게를 안전하게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 이는 학생의 미래를 망치는 무책임한 처사다.
잘못엔 책임 따른다는 교육 필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너진 교실의 정의를 바로 세울 결단력 있는 사후 조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희생과 인내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악성 민원이나 법적 분쟁으로부터 실효성 있게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의 강화가 시급하다. 교사의 훈육과 지도가 '낙인'이나 '처벌'이 아닌 '회복'과 '성장'을 위한 교육활동임을 법령과 지침에 명확히 규정하고, 적극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인식 변화 역시 절실하다. 학부모는 내 아이의 잘못을 감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학교의 교육적 결정을 지지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적절한 사후 조치가 다시 예방의 효력을 발생시키고, 예방 교육이 사후 조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생활지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에는 책임이 따르고, 진정한 반성을 통해 성장이 일어난다는 이 당연한 상식이 교실에서 실현될 때, 비로소 학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애
서울신월초 교사
현 서울교육청
학폭예방 컨설팅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