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性)적인 언행은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인류 보편적 유머 코드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성적인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음담패설을 소위 ‘섹드립’으로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재미있는 예시를 사용하거나, 혹은 신체적 접촉 등으로 학생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성적인 함의가 담긴 유머나 행동이 사용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업이라는 것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중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농담으로 했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교사의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업 중 성희롱이 문제 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성희롱은 어떤 범죄가 되나
흔히 성범죄라 하면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신체적 접촉을 동반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를 떠올리거나 혹은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나 최근 자주 발생하는 딥페이크를 통한 사진 합성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실제 성희롱은 형법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수업 중 성희롱은 미성년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므로,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라는 범죄가 성립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라고 하여 이를 금지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아동복지법」 제17조, 제71조). 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정의에 위 「아동복지법」 위반을 넣어두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특히 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이므로 교사가 행한 아동학대범죄는 그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는 문제도 생긴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결국 교원의 수업 중 성희롱은 범죄가 되며,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관련된 사례들을 찾아보면 본격적으로 ‘스쿨미투’가 전개된 2018년과 2019년 발생한 일들이 다수 확인된다.
수업 중 성적인 농담이나 발언, 수업자료의 선정 관련 사례 1
2018년 중학교 국어 및 한문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수업 중 상형문자를 설명하면서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니까 허리가 건강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② 수업 중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칠판에 남성의 성기 모습을 그리며 ‘야한 생각을 해봐라. 남성의 성기 구조는 발기하면 오줌이 잘 안 나온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③ 수업 중 가슴과 엉덩이의 윤곽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해당 교사는 허리 건강의 중요성이나 남성의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설명을 한 것이고,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교육 과정에서 영상이 사용된 것으로 발언의 경위나 취지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법원은 피해자인 학생이 중학교 2학년으로 만 13세에 불과하여 성에 민감한 시기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나이라는 점, 교사의 언행이 상당한 성적불쾌감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유죄로 인정하고 6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교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게 되었다.
제2심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과 피해아동의 성적 가치관, 판단 능력, 서로의 관계, 경위, 행위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교사의 발언 당시 학생들의 분위기와 해당 또래 학생들의 성적인 지식, 문제 된 영상의 수위와 전체 학생들의 반응 등을 고려해서 성적 학대로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했다.
이렇게 무죄로 판결하면서도 법원은 해당 교사의 발언과 사용된 영상이 학생들의 성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수차 언급하였고, 결과적으로 본 사안과 관련된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견책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발언 경위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고, 그 발언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보이며,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점에 따르면 통상적인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어 다행한 일이겠지만, 제1심과 제2심의 판결이 엇갈렸고, 수사나 재판과 같은 과정에서 오랜 시간 고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활지도와 학생들과의 농담 과정이 문제 된 사례 2
2019년 고등학교 2학년의 담임이자 정치와 법 과목 담당교사가 ① ‘내가 이전 고등학교에 있을 때 어떤 여자애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생리 때문에 빠진 적이 있어서 너희도 그럴까 봐 못 믿겠다. 너희들도 생리로 조퇴하려면 보건실에 가서 확인증을 받아와라’라고 남학생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말한 부분, ② 한 학생의 이름에 성(姓)을 바꿔 부르며 ‘내가 성을 바꿔 불렀으니 내가 너 성희롱한 거네. 성폭행했다’라고 말한 부분, ③ 윤리와 사상 과목을 언급하며 ‘윤리와 사상. 아 윤락과 사상. 사상과 윤락 들어라’라고 말했던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생리’는 여성의 월경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점, ‘성희롱·성폭력’이라는 단어는 성범죄의 유형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농담의 취지에서 이루어진 발언이라는 점, ‘윤락’은 일반적으로 성매매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그와 같은 단어가 만 16세 또는 만 17세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교사의 발언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솔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담임교사와 소속 학생 사이의 관계가 좋다 보면 서로 간 농담을 할 수도 있고, 선을 넘는 발언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교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 고생했을 교사를 생각하면 성적인 내용의 농담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신체접촉, 외모에 대한 평가 관련 사례 3
2019년 고등학교에서 3학년 역사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동아시아사 수업 중 설명을 위한 재연을 하면서 학생에게 ‘후궁 이리와요’라고 하며 손으로 학생의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물렀다는 부분, ② 수업 중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자네는 생각이 어때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무른 부분, ③ 수업 중 학생에게 ‘너는 윗입술을 까뒤집어야겠다’라고 한 부분, ④ ‘귀걸이가 예쁘다. 나는 이런 거를 보면 뜯고 싶은 욕구가 듭니다’라고 한 부분, ⑤ ‘졸업생들이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오는데 그때 여자애들이 삐쩍 말라서 온다’라고 하며 학생을 가리키며 ‘이런 애들이 삐쩍 말라서 오기도 하고, 삐쩍 마른 애들이 이렇게 되어서 오기도 한다’라고 한 부분이 문제 되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신체적 접촉 관련 부분은 성적 학대로, 나머지 발언 부분은 정서적 학대로 기소된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은 ②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교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②가 무죄 선고된 이유는 해당 부분 신체접촉 대상이 된 피해학생이 만 18세가 넘은 나이였기에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 유죄의 주요 근거는 교사의 과거 발언들이었다. 기소된 발언 이외에도 학생들은 해당 교사가 ‘나는 남성우월주의자이므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더라도 이해하라’, ‘남자는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면 발기가 되는데, 여자들은 어디가 흥분되냐?’, ‘청바지 광고를 보면 모델이 왜 서양 사람인 줄 아냐. 동양 사람들은 바닥에서 자서 엉덩이가 눌려있고, 서양 애들은 침대에서 누워서 자기 때문에 굴곡이 있다’라는 등의 성적 비하나 성차별적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고 하였다.
신체적 접촉에 대하여 교사는 수업 중 ‘전쟁이 났는데 어떤 왕은 여자부터 챙기더라’라고 예시를 들며 발언과 신체적 접촉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이외에도 여러 번의 신체접촉이 있었고, 굳이 민감하지 않은 부위를 두드리는 방식이 아닌 팔뚝을 감싸 쥐어 끌어당기고, 학생이 순순히 응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학생에게 후궁 배역을 맡기면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있었던 행위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유죄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문제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앞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과 차이가 있다. 또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에서 교사들의 발언이 대부분 학급 학생 다수에 대해 한 발언이었던 것에 비하여 이 사건에서는 특정 학생을 지목하여 외모를 평가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