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의 『엄마 공부』가 교사에게 던지는 시사점

2026.05.04 11:23:52

“선생님, 제가 잘 가르치고 있는 걸까요?” 이 말은 ​대한민국의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수많은 교사가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교사는 더 나은 교수법을 익히고, 화려한 에듀테크를 도입하며, 최신 교육 트렌드를 쫓기에 바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이들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교사의 소진(Burnout)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교육의 본질을 꿰뚫는 한 권의 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바로 작가이자 여성학자이며 세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워낸 박혜란의 『엄마 공부』가 그것이다.

 

​박혜란 작가는 세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이른바 ‘성공한 엄마’로 널리 부러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방임에 가까운 믿음’이다. 그는 책의 42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아이의 공부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엄마가 할 일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는 것뿐이다.”

 

​이 문장은 교사들에게 벼락같은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과 조바심에 사로잡혀 아이들의 자발성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는가? 『엄마 공부』는 교사에게 ‘가르치는 자’에서 ‘지켜보는 자’로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아이의 잠재력이 터져 나올 때까지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시작임을 작가는 본인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교사들은 흔히 자신을 희생하여 학생을 빛내려 한다. 그러나 박혜란 작가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명제를 교육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는 결국 아이에게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 엄마만이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다.”(본문 115페이지)

 

​이 대목은 교권 침해와 과도한 행정 업무에 지친 교사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교사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고, 교실 밖에서의 자아를 상실할 때, 학생들에 대한 기대는 ‘집착’으로 변질되기 쉽다. 우리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화려한 수업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어른의 뒷모습’이다. 『엄마 공부』는 교사들에게 먼저 행복해질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은 데이터와 성적으로 아이를 규정하려 한다. 하지만 박혜란 작가는 아이를 ‘학습자’로 보기 이전에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피어나는 꽃임을 강조하며, 조급증이야말로 교육을 망치는 독소라고 경고하고 있다(본문 187페이지). 교실에는 20~30명의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우주가 존재한다. 망치를 든 철학자라 불리는 니체 또한 “그 아이는 지금 되어가는 중”이라고 인간의 성장 발달의 과정과 그 소중함을 역설한 바가 있다. 『엄마 공부』를 읽은 교사는 ‘진도’라는 이름의 폭력에서 벗어나, 아이 한 명 한 명이 가진 고유한 빛깔을 발견하는 심미안을 갖게 될 것이다.

 

​박혜란 작가가 말하는 ‘엄마 공부’는 결국 ‘인간에 대한 공부’이자 ‘나 자신을 세우는 공부’이다. 이 책을 빌미로 현장의 교사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How to teach)’에 대한 기술적 담론을 넘어, ‘누구로서 존재할 것인가(Who to be)’에 대한 본질적 담론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 그 방안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의 자기 돌봄(Self-care)을 교육 과정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학생의 시행착오를 기다려 줄 수 있는 ‘교육적 여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부모와 교사가 ‘아이를 함께 믿어주는 파트너(동반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박혜란의 『엄마 공부』는 교사들에게 “조금 더 힘을 빼도 괜찮다”고 위로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행복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오늘날 교육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아이의 인생에 사사건건 개입하려는 손길을 거두고, 그 빈자리를 따뜻한 시선과 굳건한 신뢰로 채우는 것, 이것이 바로 그 비결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교사는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것이다. 교사는 지식의 관리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영혼이 숨 쉬는 숲을 지키는 정원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일종의 역할과 책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스승들에게 박혜란 작가의 『엄마 공부』를 강력히 권하고자 한다. 이는 “인류의 최초 스승은 엄마”라 했듯이 엄마 교사뿐만 아니라, 교사의 성별을 떠나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모든 교육자가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무엇보다 ‘나’를 살리는 가장 위대한 공부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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