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에서 한글을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가?

2025.10.11 11:01:48

필자는 어린 손녀를 막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돌보아 왔다. 이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면서 성장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언제 우리 한글을 익혀 나갈까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놀랍게 익혀 나가는 만 4세 10개월의 손녀를 보면서 그 뿌듯함을 떨치기 어렵다. 솔직히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이제는 웬만한 한글 제목은 물론 각종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혼자서도 무난하게 읽고 이해하고 또 직접 글씨를 쓰는 모습을 보고, 우리 한글의 우수성에 그저 가슴이 뭉클할 뿐이다.

 

오늘은 579돌 한글날이다. 알면 알수록 위대하고 과학적인 이 한글, 이미 세계는 감탄하고 놀라움을 표명해 왔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정신이며, 문화의 뿌리이며, 과학과 철학이 담긴 위대한 창조물이다.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한 이유는 단 하나,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위대한 대왕의 마음은 애민(愛民)정신의 극치로 문자 하나하나에 백성을 향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그 결과 한글은 오늘날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위대한 한글을 과연 제대로 알고, 제대로 가꾸어 나가고 있는가? 특히,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현장에서 한글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오늘날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빠른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줄임말, 이모티콘, 초성어들이 자연스럽게 일상 언어로 자리 잡았다. “ㅈㅅ”, “ㅇㅈ?”, “ㄱㅅㄱㅅ” 같은 표현들이 대화의 주를 이루고, 맞춤법과 문장 구성의 정확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한글 사용의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는 보다 한글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글자를 익히고 문장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한글의 창제 원리, 역사, 철학적 의미,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가치를 함께 그리고 깊이 있게 가르쳐야 한다. 왜냐면 이는 국어 시간뿐만 아니라, 전 교과와 연계하여 한글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매년 ‘한글 바로쓰기 주간’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잘못 사용한 언어를 찾아 고치고, 바른 표현으로 바꾸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학생들은 자신들이 쓰는 말이 얼마나 많은 오류와 왜곡을 포함하고 있는지 깨닫고, 바른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체험을 통해 익히고 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한글 창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탐구하게 하고, 학생들이 가상의 문자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 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라는 것이 얼마나 치밀한 사고와 인문학적 통찰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체험 중심의 수업은 단순한 암기식 교육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학교 도서관, 동아리, 방과후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글에 대해 탐구하고 즐기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순우리말 탐험대’, ‘한글 글씨 디자인 공모전’, ‘한글 시화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자극하면서도 한글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한글의 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알고 존중할 때, 학생들에게도 그 정신이 전달될 수 있다. 교실 게시판의 문구 하나, 학급 규칙의 표현 하나에도 바른 말과 고운 말이 담긴다면, 그것이 곧 한글을 가꾸는 교육의 시작이라 할 것이다.

 

결국, 한글 교육은 국어 교육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 교과가 함께해야 하며, 교육 공동체 전체가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한글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다음 세대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 할 것이다.

 

알면 알수록 우수하고 과학적인 한글,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이제 그 위대함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학교 안에서부터 한글을 다시 가꾸어야 한다. 세종대왕의 따뜻한 애민 정신에 드러난 창제 원리와 일제 치하에서도 주시경 선생의 한글을 지키고 가꾸기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한글을 통해 자유자재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그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한글 교육의 시작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과 세계로 뻗어나가는 찬란한 K-문화, 그리고 한민족 공동체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길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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