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 발생한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한 2심 첫 공판이 9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렸다. 한국교총과 강원교총(회장 장재희), 교총 2030청년위원회(위원장 김문환), 교총 교사권익위원회(위원장 조재범)는 공판 전 춘천지법 앞에서 ‘강원 현장체험학습 인솔교사 2심 재판 선처 호소 기자회견’을 갖고 “항소심 재판에서 인솔교사들이 죄책감과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교총은 기자회견문에서 “먼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학생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위험과 어려움 등에도 체험학습이 이어져 온 것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추억을 위해 애써온 선생님들의 교육적 신념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판결은 앞으로 체험학습을 교내로 축소하고 제한해야 할지, 아니면 교육자로서 소신 있게 교외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또 “그간 체험학습과 관련된 판례는 대부분 안전교육 미실시, 유기·방임 등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물어왔다”며 “이번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어느 교사가 체험학습에 나설 수 있으며, 어떤 학교장이 체험학습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인솔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모든 순간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라는 요구는 과도하다”며 “인솔교사의 교육적 헌신, 제자를 잃은 고통, 깊은 반성의 태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교사는 학생 대열의 측면에서 인솔하거나, 전방에서 인솔하더라도 대열에서 이탈하는 학생이 없는지 자주 뒤를 돌아봐야한다’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도 법·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교총은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라는 교원면책 모호성 해소를 위한 요건과 기준 명확화 ▲안전이 담보되지 않고, 교원의 동의 없는 체험학습 중단 ▲보조인력 배치 기준·방법·역할·책임 등 세부 기준 마련 및 인력풀 구축, 예산 확보 ▲과도한 행정업무 매뉴얼 정비 및 교육청 지원 전담체제 구축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21일부터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교원의 민·형사상 면책 조항’이 포함된 개정 학교안전법이 시행됐지만, 교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학교안전법 개정으로 보조인력의 배치 기준·방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시·도조례로 정해야 하지만, 7월 2일 기준으로 7개 시·도가 조례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과 교원 안전을 위해 교육부의 면책 기준 마련과 시·도의 조례 개정, 예산·보조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교총은 탄원서에서 “현장체험학습은 교사의 헌신 위에 운영되지만, 모든 돌발 상황을 예견하고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매뉴얼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교사에게 형사책임까지 묻는다면, 교외활동 기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결국 수백만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항소심은 교외활동의 방향과 교사들의 교육적 소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교육 위축을 막고 교실 밖 배움의 기회를 지키기 위해 재판부의 관대한 판단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이번 재판은 물론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그간 성명서 발표, 탄원서 전달, 공동 기자회견 개최, 전국 교원 서명운동 전개, 강원교육감 면담 등 줄기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