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은 고쳐야”, 교사들 옥죄는 아동복지처벌법 개정 시급

2025.07.07 10:00:00

 

싱가포르 정부는 2002년에 싱가포르를 아시아 교육의 허브로 만들기 위하여 ‘Global Schoolhouse’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이후 세계 유수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의 질적인 성장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1당 체제 국가로 1965년 건국 이후 현재까지 집권당이 의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학문의 자유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Yale-NUS College에서 Liberal Arts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장려했으나, 2021년 정부의 결정으로 폐지된 것이 한 사례이다. 이 글의 의도는 싱가포르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육 허브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나라에서 비판적 사고의 부재는 교육의 핵심 가치를 외면하고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나라는 어느 정도 성장할 수는 있으나, 선도할 수는 없다.

 

그러면 왜,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가?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도 교육의 목적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며, 그 핵심은 비판적 사고’라고 하였다. OECD와 유네스코도 교육의 목적 중 하나로 ‘시민성(citizenship)’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도 4차 산업사회를 살아갈 학생에게 요구되는 4C로 창의력(creativity)·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협업능력(collaboration)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을 제안하였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 빠짐없이 제시되고 있다. 교육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메타인지를 길러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지식에 대한 암기가 중요했지만, 오늘날은 지식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메타인지는 자기 사고 과정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조절하고, 개선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 없이 메타인지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는 AI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육의 핵심역량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교실은 비판적 사고가 부재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더 정확히는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교권 추락으로 인하여 교사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창의성을 저해하는 객관식 평가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교권(敎權)의 의미는 단순히 ‘가르치는 권리’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치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교권이라고 한다(출처: 두산백과). 이와 함께 학생의 인권과 병립의 의미로 ‘교사의 인권’이라는 또 다른 교권의 개념이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사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면, 교육할 수 있는 권리도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권 추락 현상은 현재 모든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교단의 선생님들은 두려움과 무력감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판적 사유를 통해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교권이 추락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아동복지법」으로 인해 「초·중등교육법」이 무력화되어 있는 것이 주요인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23년 서이초 사건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불안감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2014년 이후 「아동학대처벌법」이 강화되면서,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할 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기게 되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이에 대한 보완으로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3항에, ‘… 다만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법안(2023. 12. 26.)이 발효되었다. 그러나 ‘정당한’이라는 문구로 인해 이 법안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아동복지법」에는 아동학대로 4가지 범주를 두고 있다.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정서적 학대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제17조 5항의 정서적 학대 행위는 그 규정이 모호하여 학부모의 일방적인 고소가 가능하다.


예컨대 수업 발표 장면에서 학생이 틀린 답변을 하면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아동학대이고, 발표 기회를 주지 못해도 차별이라며 정서적 아동학대가 된다. 이에 아동학대 의심으로 신고되면, 교사는 이유 불문하고 정서적 아동학대 가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무분별한 고소가 남발되지만, 수사과정에서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더라도 이미 해당 교사의 삶은 무너지고, 그 상처는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의 고통으로 남는다. 이렇게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하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학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교권침해가 가능한 법안이 존재하는 곳이 교육입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교실이다. 이러한 교권침해는 교사의 인권, 즉 최소한의 인격권의 의미를 담은 ‘교권’을 저해하여, 가르칠 권리로서의 ‘교권’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서 현장의 선생님들은 두렵고 무기력하게 되었다. 


악법은 개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에게 바라는 바는 「초·중등교육법」에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중 발생한 교사의 교육행위에 대하여는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을 입법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한다.

 

둘째,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등의 영향으로 학교교육활동 내용이 외부 언론 등에 쉽게 유출되면서, 각종 단체의 정치 지향에 따라 학교교육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수업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출되면, 해당 교사는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두려움으로 현장의 선생님들은 혹시 모를 피해를 예방하고자, 토론이 필요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나, 찬반이 갈려 예민한 현안 등을 교실 안으로 가져오는 것을 터부시하고 있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생님들은 자기 검열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평이한 내용을 다루거나, 소극적인 방법으로 수업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 하에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으며, 그 피해가 학생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담은 상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의미를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라는 소극적 의미로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교권의 의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의 교육활동은 정치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보호되어야 자율성이 생긴다. 이재명 정부는 교사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근무시간 외에는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회복하겠다’라며 ‘선생님도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존중받을 수 있게 하겠다’라는 내용이다. 


교사에게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근무시간 내, 교실에서의 교사 발언에 대한 면책 조항도 포함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는 발언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직무상 행한 발언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다. 이 내용을 학교교육에도 적용하여 ‘교사가 교육활동 중 ‘직무상 행한 발언’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는 면책 조항을 입법화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의 두려움이 해소되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창의성을 저해하는 객관식 평가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객관식 평가는 수렴적 사고를 요구하는 평가방법이다. 그런데 대입 제도에서 평가의 공정성을 위하여 객관식 평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관식은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다른 이유로 입학시험 관리상의 문제로 수험자의 수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객관식 평가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대입 제도는 전 과목 객관식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단답형·서술형 형태의 평가문항도 답변의 범주에 들어야 정답이 될 수 있어 확산적 사고가 필요한 주관식 평가로 볼 수 없다. 


실제로 객관식 평가는 주어진 문제에서 정답과 오답만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유도한다. 다름을 생각하는 문제가 아니라 틀림을 찾아내는 문제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좋은 점수를 얻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객관식 평가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평가문제의 신뢰성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매년 소송이 발생하기도 한다. 객관식이라는 말의 의미는 평가 결과의 객관성을 의미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내용을 더 들여다보면 공정성이 결여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사지선다형 문제에서는 정답을 몰라도 25%의 확률로 맞출 수 있다. 소위 찍기 신공이 발휘되면 그 이상의 성적도 얻을 수 있다. 이쯤 되면 1~2점이 대학 합격을 좌우하고 있는 대한민국 입시에서, 객관식 평가가 가장 공정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반면에 주관식 평가는 어떤가? 주관식 평가는 확산적 사고를 통해 정답보다는 해답을 찾아가는 평가방법이다. 4차 산업사회는 우리에게 정답이 아닌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정답은 인터넷 검색이나 ChatGPT 등을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의 평가에 대한 관점을 살펴보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탐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수학에서 우리나라는 과정이 아무리 옳아도 정답을 적어내지 못하면 오답이라고 한다. 하지만 핀란드는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단순한 계산 실수로 정답을 적어내지 못해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학생이 문제해결방법을 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정한 채점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현재 OECD 선진국 중에 한국처럼 대학입시에 전 과목 객관식 형태를 적용하고 있으며, 채점자도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 일부 시험 형태에서 선다형을 선택하고 있지만, 서술형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서술형의 경우에는 채점관이 하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주관식 평가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주관식 입시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는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로 나누지만, 해답을 요구하는 사회는 협력과 상생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본다. 

 

세계가 4차 산업사회의 마지막 목적지인 AI의 상용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상이 미래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한 나라의 교실에서 교권이 실추된 교사가 두려움 속에서, 외부의 부당한 통제와 간섭 아래,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의 객관식 평가방법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나라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교실에서 교사가 교권을 존중받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해답을 찾아가는 가운데 창의성을 기르는 수업을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법률 제·개정과 입시제도 평가방법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이 제안은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 본질에 대한 회복을 말하고 있다. 본질조차 구현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미래를 향해 가기는커녕 경쟁력을 잃고, 세계 교육의 흐름에서 점차 뒤처지게 될 것이다.

박완식 경기 반월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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