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 아이들 문화부터 이해해야”

2022.01.27 15:24:36

학교폭력 해부노트 펴낸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사회심리학·학교 현장 관점서
학교폭력을 입체적으로 분석

 

어떤 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히 지적되는 문제가 ‘현장과의 괴리’다. 그 안에 녹아있는 가치나 방향은 이상적이지만, 실제와 동떨어져 있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침이 나올 때마다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도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부침을 경험했다. 매뉴얼에 따라 정해진 원칙대로 처리하고 예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문제 상황은 갈수록 심해졌다. 학교폭력을 온전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면 접근 방식을 다양화해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의 결과를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이수정·박정현의 학교폭력 해부노트(이하 학교폭력 해부노트)’다.

 

학교폭력 대응 가이드인 학교폭력 해부노트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와 함께 썼다. 학교폭력을 사회심리학의 관점과 학교 현장에서의 관점으로 살펴 현장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았다. 특히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사이버폭력 등 학교와 가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각종 폭력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소개한다. 박 교사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학교폭력의 양상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했다.

 

“최근 학교폭력 사례를 보면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다른 아이의 얼굴을 합성, 유포하는 일도 생겼어요.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를 우리의 인식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요. 학교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일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저자들은 학교폭력에 다가서려면 요즘 아이들의 문화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영상으로 접하고 즐기는 요즘 아이들은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될 기회가 잦고, 이를 제어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접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아이들의 어떤 매체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 매체가 가진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발달심리적 특성과 또래문화를 고려해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교사는 “잘못을 해서 교무실로 불러와 훈계하자 한없이 미안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교무실로 나가자마자 친구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교사는 순간, 황당함을 느낀다”면서 “‘나를 무시하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기승전결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짧은 영상 한 편을 보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장면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관련 사안을 다루거나 처리하면서 한계를 느낄 때가 언제인지를 물었다. 그는 “여러 역할 사이에서 충돌하는 지점이 생길 때”라고 했다.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다 보면 경찰의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사법기관의 역할 중 일부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자로서 역할이에요. 역할들이 충돌하거나 교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될 때 무력감을 느낍니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해요.”

 

박 교사는 교육하는 곳인 학교는 예방과 관리의 역할과 잘못한 아이들을 지도하고 바르게 이끄는 교육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에서 처리, 징계까지 교육청에 이관해야 한다고 봤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박 교사는 “학교와 가정에서 폭력의 원인과 양상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했으면 한다”며 “폭력의 양상과 원인을 이해한 후 해결 방법을 숙지, 학교폭력 사안을 접했을 때 대응할 힘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폭력은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어른들이 알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고통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가해 학생 역시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모두를 괴롭게 하는 학교폭력 문제의 중심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께 공감과 위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우리의 헌신과 노력이 아이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음을, 늘 마음속에 먼저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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