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피해자 즉시 분리 학폭법…현장 혼란

2021.07.14 17:32:45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앞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곧바로 분리해야 한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가·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가해 학생의 학습권 침해 우려, 분리 공간 부족 등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원이 폭증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본지와 유튜브 채널 ‘샘TV’, 한국교총 교권옹호국은 8일 공동으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학폭법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진단했다. 토론에는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최우성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학폭담당 장학사, 김여름 경기 안양부흥초 교사가 참석했다.
 

지난달 23일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학교폭력 발생 시 학교장은 특별한 사항이 없을 경우 지체없이 학교폭력 가해자(교사 포함)와 피해 학생을 분리해야 한다. 이전에도 학교장 권한의 가·피해자 즉시분리 권한(긴급조치)은 있었으나 의무는 아니었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분리조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경우 △교육활동 중이 아닌 경우 △학교장 긴급조치로 이미 분리된 경우는 예외다. 분리조치는 학교폭력을 인지한 시점부터 3일내에 이뤄져야 한다.
 

토론자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여름 교사는 “최근 경험한 사건을 보면 1차적 다툼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래 묵은 문제들이 터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피해 학생이 섞여 있거나 뒤바뀔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현 교사도 “가해와 피해를 명백히 분리할 수 없어 조사할 때 ‘관련 학생’이라는 용어를 쓴다”며 “가해와 피해 학생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우성 장학사는 “인지 즉시 3일 안에 분리조치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도 없고 아동학대나 수업권 침해 등 민원이나 소송의 빌미가 될 수도 있어 학교 현장은 초긴장 상태”라며 “현재도 학교장 긴급조치 등 이미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더해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민원이 폭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 1:1 사건은 좀 나은데, 1대 10명 등과 같이 여러 명이 연루된 경우는 11명을 분리시키기 위해 운동장에 천막을 쳐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소규모 학교는 분리할 공간 자체가 없는 데다 교직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민원도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지정좌석제를 실시하고 동선을 예민하게 파악하는 팬데믹 비상상황에서는 적어도 시행을 유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 하루 전날에 공문이 하달된 점도 현장의 혼란을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다. 박 교사는 “아직 바뀐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바뀌는 내용에 맞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당장 학교폭력을 직면하는 학교들은 적기에 분리조치를 하지 못하면 법 위반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쉽지만 하루 종일 학급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갑자기 수업을 듣지 못하고 학우들과 분리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특히 교과수업을 하는 중등의 경우 어떻게 수업을 보전할 것인지도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밖에도 학폭대책심의위 심의 과정에 아동심리와 관련된 전문가를 출석하게 하거나 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특수교육 전문가를 출석하게 해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교사들은 이미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있고 장애학생의 경우도 통합학급 담임이나 특수교사 등 역량 있는 사람들이 개입해 도움을 주고 있는데, 심의위원회에 의무적인 규정을 둬 절차적인 부담만 키우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토론회와 관련해 추가 설명에 나선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는 적극 동의하지만 경중에 상관없이 분리조치를 강화할 경우 가해 학생의 학습권과 학교장 종결제와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무엇보다 이번 혼란은 법안 심의과정에서 교총과 현장이 지적한 학교 현장성 고려와 예견되는 우려를 외면한 결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발의 이후 11월에 국회 교육위원 전원과 교육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충분히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결국 모든 책임은 학교가 져야 하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모니터링 해 7월 말까지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한 상태다. 이에 하윤수 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학교폭력 전문가 의견과 현장 목소리를 담아 앞으로도 교육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강력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 영상은 유튜브 채널 ‘샘TV’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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