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값진 결혼 선물

2004.06.21 09:24:00


3월 첫날, 새로운 아이들을 본다는 설레는 마음 반, 기대 반으로 교실문을 열었다.

"너희가 선생님한테 선물을 하나 해줘야겠다. 뭐냐하면…, 그건 바로 결석을 하지 않는 거야. 할 수 있으리라 선생님은 너희들의 눈을 보며 믿음이 생기는구나. 2학년 1반 화이팅이다."

몇 달 있으면 사랑하는 반쪽과 결혼을 하게 될 담임이 요구하는 선물을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 우리 반은 만만치 않은 말썽꾸러기가 여러 명 있다. 1학년 때부터 유명한 아이들이 대거 우리 반에 스카웃(?)된 관계로 선생님들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1학기가 지나고 10월말 경, 한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학교에 올 수 없다는 전화를 했다. 보일러가 고장이 나 냉방에서 자다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 몸이 많이 아픈가 보구나. 선생님이 가봐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겠어?"
"선생님, 괜찮아요. 약 먹으면 돼요."
"그래, 약먹고 푹 쉬거라. 건강한 모습으로 내일 보자꾸나."

무결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허탈한 마음이 들어 속이 상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끝내 해낼 줄 알았는데…. 5교시 우리반 수업. 한창 수업을 하고 있는데 뒷문으로 아프다고 한 아이가 온 것이 아닌가. 너무 기쁜 나머지 와락 부둥켜안고 "아픈데 내일 오지. 괜찮은 거야?"하고 묻자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결혼선물 해달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돈을 벌 수 없어 부조금을 드릴 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천하를 얻은 만큼 갚진 순간이었다. 결국 우리 학교에서 우리 반만 무결석의 영예를 안게 됐다. 동료 교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나는 아이들의 선물을 받은 채 결혼하게 됐다.

"값진 선물 정말 고맙구나, 이 녀석들아."
조효형 경기 선부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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