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2007.12.01 09:00:00

을숙도에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지나간 시간 중 한때 모두가 인정하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을숙도가 위치한 낙동강 하구는 예전부터 철새뿐만 아니라 선진 문화가 모여드는 곳이었다. 역사의 흔적과 사람들의 애틋한 감정의 편린이 묻어있는 을숙도는 쓰레기 매립장과 파괴의 대명사로서의 오명을 떨쳐 버리고자 습지공원을 조성하였고, 그곳에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층습지 99% 품고 있는 낙동강

가야의 동쪽이란 의미의 낙동강에는 경북 상주시 서쪽 지역에 위치하는 작은 마을 낙양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경상북도 지명 유래집에는 ‘낙양의 동쪽은 낙동, 서쪽은 낙서, 남쪽은 낙평, 북쪽은 낙원(낙상면)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 외에도 낙동강은 크다는 의미의 아시량, 황강, 황산강으로도 불리었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황지못에서 시작되어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까지 총 길이 525㎞로 남한에서 가장 길고, 유역 넓이는 2만 3859㎢로 남한 넓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굽이쳐 흐르는 물길이 1300리에 해당하지만, 보통 낙동강 700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예전에는 부산에서 상주까지 배가 다녔는데, 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700리라서 붙여진 말이다.

남한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적시고 흐르는 낙동강은 산을 만날 때마다 꾸불꾸불하게 휘어져 흐르다가 힘이 들어 가끔씩 쉬면서 물살이 느린 습지를 만든다. 낙동강 주변에는 배후습지성호소라 불리는 저층습지가 우리나라의 99%가 위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배후습지성호소에는 창녕의 우포늪과 장척늪, 창원의 주남저수지, 김해의 화포습지, 밀양의 삼랑진늪, 양산의 원동늪, 합천의 여러 늪, 함안의 여러 늪 등이 있다.

굽이쳐 흐르는 물길과 배후습지성호소 외에도 낙동강의 곳곳마다 넓은 백사장과 갈대밭 및 버들밭이 나타나 낙동강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강변에 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버들밭을 하천변습지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규모가 크고 다양한 생물이 나타나는 하천습지에는 안동의 구담습지, 구미의 해평습지, 영천의 금호습지, 대구의 달성습지, 낙동강 지류인 황강변습지와 남강변습지 등이다.

습지의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는 낙동강은 습지생물들에게 모태의 강이다. 축축하게 땅을 적시는 물이 있어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습지생물에게 넓고 길게 흐르는 낙동강은 많은 생물들에게 영원한 안식처인 것이다.

민물, 바다, 육지생물 공존하는 하구
하구는 육지에서 내려온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다. 서로가 자신을 닮아달라고 아우성치지만 결코 하나로 뭉칠 수 없는 곳이다. 어떤 성분의 물이 영향을 더 주느냐에 따라 이곳의 염분 농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강물에 의해 희석되어 염분의 농도가 바닷물보다는 낮고, 강물보다는 높은 특징을 보이는데 이를 특별히 기수라고 한다. 즉, 강물도 아니고 바닷물도 아닌 물을 기수(汽水)라고 한다. 이런 물이 분포하는 구간을 기수역이라 하는데, 모든 하구는 기수역에 해당된다. 기수역의 범위는 보통 하구에서 바다로 2~3㎞에 이른다.

바다로 들어가는 강이나 하천이 있으면 하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지방하천 2급 이상인 규모가 큰 하구에는 329개가 있다. 규모가 큰 4대 강인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도 하구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한강을 제외한 나머지 강에는 염분의 영향을 막고 식수와 농업용수을 확보하기 위해 하구둑이 만들어져 있다.

하구의 일반적인 환경 특징은 다음과 같다. 홍수에는 누런 황톳물이 흘려 넘치고, 먼 바다에서 넘실넘실 밀려오는 파도에 의해 바닷물이 힘껏 밀려오며, 하루에 2번씩 바닷물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곳이고, 생물들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과도한 염분이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하구는 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좋은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많은 생물들이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어 높은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이곳의 자연환경은 강물에 의해 이동해온 퇴적물이 쌓여 자연제방이 형성되어 있고, 제방의 주변에는 늪과 습지가 나타나며, 하구의 바다 쪽에는 삼각주와 갯벌이 나타난다. 갯벌에는 플랑크톤, 수서곤충, 패류, 어류 등 다양한 갯벌생물이 자라고, 늪과 습지대에는 갈대군락을 포함한 염습지식물이 넓게 펼쳐져 철새들에게 서식처와 다양한 먹이를 제공한다.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생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살아간다는 것이다. 바다생물과 민물생물 및 육지생물이 서로 뒤엉켜 살아가는데, 특히 식물과 어류가 그렇다. 강에만 살아가는 민물어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살아가는 기수어류, 바다에 사는 해수어류 등이 섞여 나타나고, 해조류, 염생식물, 해안사구식물, 수생식물, 습지식물, 육상식물 등이 함께 살아간다.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살아갈 때 사람들은 생물다양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영남의 산하를 525㎞나 가로질러 흐르던 낙동강은 부산 화명동과 김해 대동면에 이르러 서낙동강(죽림강)이라는 작은 샛강 하나를 만든다. 강의 분지에 의해 넓은 평야와 모래섬이 만들어 졌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시가지로 개발된 상태이다.

그래도 개발의 손길에서 벗어난 크고 작은 삼각주들이 낙동강 하구에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데, 을숙도, 일웅도, 대마등, 장자도, 신자도, 진우도, 백합등, 도요등, 맹금머리등 등이다. 이 중에서 낙동강의 진주로 불리는 진우도는 2007년 제5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을숙도와 여러 삼각주 둘러보기
사하구 하단1동과 하단2동에 걸쳐 있는 을숙도는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어패류가 풍부하여 한때는 자타가 인정하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다. 그래서 을숙도는 1966년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되어 보호되어 왔다. 그러나 1987년 낙동강하구둑을 완성하면서 섬 전역의 갈대밭을 파괴해 공원과 쓰레기매립장을 조성하였다. 그러자 이곳을 찾아오던 철새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환경부와 부산시는 을숙도를 보존하기 위해 1988년에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1989년에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1999년에는 습지보호지역으로, 2000년에는 부산연안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하였다.

울숙도의 위쪽은 일웅도인데, 둘은 거의 연결되어 있다. 을숙도의 중간으로 낙동강하구둑 도로가 지나가고, 도로의 위쪽에 을숙도문화회관과 간이축구장, 잔디광장, 자동차극장 등의 부대시설이 있다. 도로의 아래쪽이 을숙도생태공원인데, 이곳에는 자연 그대로의 갈대밭을 보존하면서 1차와 2차 쓰레기매립장 생태복원지, 낙동강하구언 에코센터, 기수역습지, 담수습지, 야외학습장, 야생화 꽃밭, 철새관측소, 야생조류 치료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을숙도의 구석구석으로 도로가 거미줄처럼 엉켜 있어 관람을 하기에 좋으며,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을숙도 외의 다른 섬들은 무인도라서 접근이 어렵다. 보통 하단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배는 하단어촌계에 연락을 하면 구할 수 있다. 겨울철 철새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고, 배를 타고 가다가 내리고 싶은 섬에 내려 조사를 할 수 있다.


1월 전후로 가장 많은 철새 찾아

자연은 사람의 영향을 적게 받을 때 더욱 빛이 나고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낙동강 하구는 넓은 지역에 특이하게 형성된 지형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넓고 밝은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생물들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기에 생물다양성이 높고, 육지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을 걸려주는 갯벌도 발달되어 있다.

이곳에는 우리와 공존해야 될 여러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가장 풍부하게 나타나는 것이 갈대를 포함한 염생식물이다. 염생식물에는 나문재, 칠면초, 지채, 천일사초, 갯잔디, 우산잔디, 갯질경, 큰비쑥 등이, 해안사구식물에는 갯메꽃, 수송나물, 번행초, 순비기나무, 해당화, 갯씀바귀 등이, 그 외에도 귀화식물인 사데풀, 만수국아재비, 달맞이꽃 등이 자라고 있다.

바닷가 사람들에게 주요한 나물은 해조류였다. 그러나 해조류가 귀한 갯벌 지역의 사람들은 염생식물로서 나물을 해 먹었다. 주로 나물에 이용되는 식물에는 칠면초, 나문재, 해홍나물, 갯질경이, 지채 등이다. 칠면초는 함초로도 불리는데, 일 년 동안 일곱 가지 색깔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해홍나물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나물이고, 나물로 뜯어 먹어도 계속 남아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나문재이다.

여러 식물들은 여름내 햇빛을 받아들여 만든 영양물질을 갯벌에 살고 있는 플랑크톤과 수서곤충들에게 전달한다. 이들을 먹고 살을 찌운 조개와 게는 먼 곳에서 이곳으로 찾아온 철새에게 중요한 먹이가 된다. 이런 먹이의 흐름에 따라 낙동강 하구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된다.

작은 원생생물들은 갯지렁이의 먹이가 되고, 갯지렁이는 붉은부리갈매기와 도요새 및 물떼새의 먹이가 된다. 또 여러 종류의 물고기는 논병아리류의 좋은 먹이가 되고 이들이 모여들면 논병아리류를 먹이로 하여 살아가는 수리류가 찾아온다. 특히 이곳을 찾는 새들은 99%가 물과 연관이 되는 물새류인데, 제일 많이 찾아오는 순서로는 오리류, 도요새류, 물떼새류, 논병아리, 가마우지류, 백로류, 갈매기류이다. 그 외에도 수리류, 매류, 갈대밭에는 개개비류와 뜸부기류가 살고 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 조류뿐만 아니라 두루미, 고니, 독수리, 흰꼬리수리, 저어새, 황새 등 희귀 조류도 많이 찾는다.

이처럼 낙동강 하구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 뿐만 아니라 일 년 내내 먹이가 풍부하여 철새들의 번식 및 월동지로서 적합한 곳이다. 봄과 가을에는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도요새와 물떼새가 쉬었다가고, 여름에는 쇠제비갈매기가 모래섬에 대집단을 이루어 번식하며, 겨울에는 오리와 기러기들이 겨울을 보낸다. 특히 가장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기간은 1월 전후인데, 을숙도의 철새관측소에서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반도 문화가 드나든 낙동강 하구
낙동강 하구로 천리 길을 달려온 퇴적물들은 더 넓은 바다와 만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몸을 부리게 되는데, 그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삼각주들이다. 그들은 마치 대한해협에서 밀려오는 세찬 파도를 막아주는 모습으로 분포하고, 일몰과 함께 만나는 삼각주들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사진이다.

그 뿐만 아니라 강물을 따라 내려오든 모래알들이 파도에 밀려 다대해안에 쌓여 다대포해수욕장을 만들었다. 다대해면의 위쪽에 노을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도요등과 백합등에 앉은 갈매기와 여러 철새들을 관측할 수 있다. 다대해수욕장의 상류에는 여러 종류의 염생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하류는 몰운산에 인접하고 있다.

크게 을숙도로 지칭되는 삼각주들에는 해마다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들을 전체적으로 관측하기에 좋은 곳은 다대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언덕의 언저리에 위치한 몰운대성당 근처이다. 이곳에서는 낙동강 하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멀리 가덕도가 손짓을 하고 철새들은 하늘을 난다. 광활한 하구의 전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넓어지고 거대한 자연의 모습에 마음이 열리게 된다.

몰운대는 다대동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야산을 말하는데, 전체에 소나무가 자라고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바다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다대 8경의 하나인 몰운관해는 몰운대에서 바라보이는 전경을 말한다. 몰운대는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생기면 이곳이 그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몰운대는 몰운도라는 섬이었는데, 16세기 이후에 낙동강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다대포와 연결된 육계도(陸繫島)이다. 몰운대의 남쪽 끝은 파도의 침식에 의해 형성된 여러 종류의 해식절벽과 해식동굴이 위치하고 있어 풍광을 더한다.

하구는 민물생물과 바다생물이 만나고, 남쪽과 북쪽의 철새들이 만나듯이 인간사에서도 문화가 드나드는 커다란 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남방과 북방에서 온 여러 선진 문물이 자리를 잡은 곳도 낙동강 하구이고, 우리의 우수한 문화가 바닷물의 흐름을 따라 흘려가기 시작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기에 예전부터 사람의 간섭을 많이 받아왔지만 근래에 들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낀 사람들이 이곳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생채기가 나고 원래의 모습을 거의 잃어버린 이곳에 그나마 공존의 모델인 을숙도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을숙도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김철수 경남 거제옥포고 교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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