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퐁당 돌멩이를 던지자

2007.04.01 09:00:00


[문]
괄호 안에서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
1. 황금 보기를 (돌|돌멩이)처럼 하라.
2. 구르는 (돌|돌멩이)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3. 누구든지 죄가 없는 자는 이 여인에게 (돌을|돌멩이를) 던져라.
4. 형은 내게 주먹만 하고 납작한 (돌을|돌멩이를) 주워 오라고 했다.
5. 저 산은 예로부터 (돌이|돌멩이가) 많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6. (돌|돌멩이) 갖다 놓고 닭알 되기를 바란다.
7. (돌을|돌멩이를) 차면 내 발부리만 아프다.

[풀이]
‘돌’은 문명과 역사의 재료

세상 어디를 가나 흙먼지 속에서 흔하디 흔하게 굴러다니는 것이 돌이지만, 인류가 돌과 맺어온 관계를 돌이켜보면 돌이야말로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구성해온 기본적인 재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돌은 고대로부터 우주를 이루는 4대 원소로 불려온 물, 공기, 불, 흙 가운데 흙에 속한다. 학교 역사 시간에 우리는 돌도끼, 돌괭이, 돌창, 돌낫, 돌화살촉, 돌칼 등 인류 역사의 시원을 이루는 석기시대의 유물들에 대해 귀에 더께가 앉도록 들었다. ‘석기시대’는 인류가 아직 금속을 다룰 줄 몰랐던 유년문명 시절의 이름이다.

그뿐인가. 정취 어린 덕수궁의 돌담, 팔방으로 뻗어나간 로마도로의 포석(鋪石)에서부터, 아직도 그 신비를 풀지 못한 피라미드 군(群),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 미얀마의 앙코르와트 사원 같은 찬란한 인류의 문화유산들이 모두 돌로 되어 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이루어온 것이 바로 돌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돌’이란 무엇일까? 너무도 자명한 것으로 여겨온 돌을 새삼 낯설게 바라보면서 돌의 정의를 살펴보기로 하자.

돌멩이’는 ‘돌’의 한 종류
국어사전들은 ‘돌’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첫째, 재질이다. ‘돌’은 흙 따위가 굳어서 된 단단한 광물질 덩어리다. 무기물이기에 생명이 없고 고체이기에 딱딱하다는 말이다. 둘째, 크기다. ‘돌’은 바위보다 작고 모래보다는 크다고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한 손이나 두 손으로 들 수 있는 크기여야 하는데, 여기서 이 정도 크기가 되는 돌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셋째는 속성이다. 돌은 애초부터 자연에서 생겨나야지,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돌은 어디까지나 천연 물질이다. 따라서 현대에 들어 생산․사용되고 있는 인공 숫돌이나 인공 대리석 같은 것은 본래적 의미의 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연에서 인간의 생활 속으로 끌려 들어와 감상과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한(?) 수석(壽石)도 자연 상태의 돌과는 자격이 사뭇 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돌멩이’는 재질이나 속성에서 보자면 ‘돌’과 다를 것이 없으나 다만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돌멩이’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돌덩이’보다 작고 ‘자갈’보다 크다는 것이 사전들의 풀이다. 그러니까 물수제비를 뜰 때 던지는 납작하고 자그마한 돌이 전형적인 ‘돌멩이’의 이미지라 하겠다. 결국 ‘돌멩이’는 ‘돌덩이’보다 작은 돌의 한 종류임을 알 수 있다.
‘돌’은 수많은 복합어의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도 ‘돌멩이’와 다르다. 돌계단, 돌기둥, 돌길, 돌다리, 돌담, 돌더미, 돌덩어리, 돌무더기, 돌문, 돌바닥, 돌밭, 돌부리, 돌부처, 돌산, 돌섬, 돌솥, 돌조각, 돌층계, 돌탑, 돌투성이, 돌팔매, 돌하르방 등 돌이 앞에 붙은 낱말에서부터 잔돌, 조약돌, 부싯돌, 맷돌, 고인돌, 숫돌, 머릿돌, 디딤돌, 댓돌, 다듬잇돌, 갈돌(갈판 위에 곡물이나 열매를 올려놓고 갈 때 쓰는 물건으로, 절구의 절굿공이 구실을 하는 석기) 등, 돌이 들어간 복합어는 셀 수 없이 많다.

황금 보기는 ‘돌’같이 해야
‘돌멩이’가 ‘돌’에 속한다는 것은 두 낱말의 정의를 따졌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 언어생활에서 둘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까? 고려시대의 최영 장군에게서 실마리를 빌려와 보자.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더더욱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 되고 말았지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그의 말은 여전히 금과옥조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것은 황금 보기를 ‘돌멩이같이’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최영 장군의 금언에서 ‘황금’은 크고 작은 금붙이뿐만 아니라 금이라는 물질 자체, 더 나아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의 대상이 되는 모든 재물을 일컫는다. 만약 어떤 사람이 눈앞에 놓인 조약돌만한 금붙이를 가리키면서 이 금언을 되새긴다면 “금붙이 보기를 돌멩이같이 하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어떤 사람이 자기 머리통만한 금덩이를 앞에 놓고 이 말을 되뇐다면 “금덩이 보기를 돌덩이같이 하라” 정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금붙이나 금덩이가 아니라 금 일반, 혹은 금이 상징하는 커다란 부나 많은 재화에 갈음할 수 있는 것은 ‘돌멩이’도 ‘돌덩이’도 아니고 ‘돌’뿐이다.
물, 술, 가루처럼 낱개로 셀 수 없는 물질의 이름을 물질명사라고 하는데, ‘돌’ 역시 개체나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일정한 속성을 지닌 물질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물질명사에 속한다. 이에 비해 ‘돌멩이’는 같은 종류의 모든 사물에 두루 쓰이는 보통명사 혹은 일반명사다. 돌산에 많은 것은 ‘돌’이지 ‘돌멩이’가 아니며, 옛날에 이웃마을끼리 돌싸움할 때 던졌던 것은 그냥 ‘돌’이라 아니라 ‘돌멩이’였다.

개구쟁이는 ‘돌멩이’를,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져라

테레사는 벵골만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에 돌멩이를 던지면서, 인간이 돌멩이를 던진다고 바다가 꿈쩍할 리 없겠지만 적어도 작은 파문은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은 파문이 사라지기 전에 계속해서 파문을 일으킨다면 바다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 2002. 8. 29.). 이렇게 사람이 바다, 호수, 강 같은 데 집어던지는 물건은 ‘돌’이 아니라 ‘돌멩이’다. 물론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들려 한다면 ‘돌멩이’만으로는 벅찰 터이니 이런저런 ‘돌’을 가리지 않고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한편 성경에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7)는 예수의 말씀이 나온다. 이때 만약 예수가 ‘돌멩이로 치라’고 했다면, 사람들은 근처에 있는 돌 가운데 돌멩이가 될 만한 것을 찾느라 바빴을지도 모른다. ‘돌로 치라’는 것은 곧 ‘단죄하라’는 말의 상징적 표현이다. 따라서 이때 ‘돌’은 처벌의 도구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돌멩이로 치라’가 아니라 ‘돌로 치라’가 된 것이다.
둘의 차이가 이러하다면, 냇물에 물결을 일으켜 누나 손을 간질이려는 개구쟁이 동생은 ‘돌’이 아니라 ‘돌멩이’를 던져야 마땅하다. 만약 누나에게 ‘돌’을 던지는 동생이 있다면 뭇 사람들의 힐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어려서부터 입에 익혀온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 누나 몰래 돌을 던져라”하는 노랫말을 “퐁당퐁당 돌멩이를 던져라”로 바꿔 부른다면 운율도 어그러지고 작사자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터이니, 이건 이것대로 놔둘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내 인생에 돌멩이를 던져라”, “죄 없는 자 공무원노조에 돌멩이를 던져라”, “담론의 파문 만드는 돌멩이를 던져라” 같은 표현이 적잖이 눈에 띈다. 성경 구절에 ‘돌로 치라’로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에는 모두 ‘돌을 던져라’로 쓰는 편이 자연스럽다.

‘돌’이 된 사람들
전 세계의 신화나 전설에서는 돌이 된 사람이나 동물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일본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望夫石)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틀라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순간 큰 바위산으로 변했다고 한다. 또 어떤 스님이 착한 며느리에게 마을이 물에 잠길 테니 몸을 피하되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며느리가 결국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돌이 되고 말았다는 ‘장자못 전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에서는 왜 사람이 ‘돌멩이’나 ‘돌덩이’가 아니라 ‘돌’로 변하는 것일까?
물론 사람이 ‘돌멩이’나 ‘돌덩이’로 변하기에는 그 크기가 어울리지 않기도 하겠거니와, 더 근본적인 해답은 ‘돌’이 지닌 상징성에서 찾는 쪽이 옳을 듯싶다. 동서를 막론하고 ‘돌’은 안정성, 영속성, 신뢰성, 불사(不死), 불멸성, 불후성, 영원성, 응집력 따위를 함축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독교에서 ‘반석’은 교회의 든든한 기반을 상징하고, 생명수는 바위가 기적적으로 갈라졌을 때 흘러나오곤 한다.
옛 사람들은 흠 많고 어리석은 인간들이 초자연적이고 신성한 존재, 즉 인생의 완성태(完成態)이자 영원한 생명의 상징인 ‘돌’로 화하는 이야기들을 되새기면서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약]

• 바위, 돌덩이, 돌멩이, 자갈, 조약돌 등을 두루 가리킴
• 재질을 가리키는 물질명사|비유나 상징으로 잘 쓰임

돌멩이
• 한 손으로 집을 수 있는 정도 크기의 돌
• 구체적 대상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비유나 상징으로는 잘 쓰이지 않음

[답] 1. 돌 2. 돌 3. 돌을 4. 돌멩이를 5. 돌이 6. 돌멩이 7. 돌을
김경원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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