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이 만들어 낸 하모니

2011.06.10 22:19:00

근 두 달 전부터 목요일 오후 1시 50분만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꾀꼬리 소리. ‘어디선가 꾀꼬리를 키우나보다, 흔치 않은데...’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듯하다. 한 마리, 두 마리...무려 48마리인 양 다양한 음색이 들려온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어김없이 칠보 주변을 가득 메웠던 그 소리는 꾀꼬리가 아닌 칠보초(교장 양원기) 합창단원들의 하모니다.

올해 첫 걸음을 내딛은 칠보초 합창단(이하 칠보합창단)은 총 48명의 단원과 2명의 지도교사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6월 1일에는 경기도 수원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합창대회에 참가하여 그 실력을 뽐내기도 하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칠보합창단 역시 처음 시작하는 과정에서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 공부보다 학원 공부에 더욱 시달리는 아이들 그리고 방과 후에도 많은 업무로 좀처럼 쉴 새 없는 바쁜 교사들과의 시간을 맞추기란 매우 어려웠다. 합창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생도 많진 없었다.

그러나 접해보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열정부터 요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많은 산고가 우려되지만 그 해산의 결과는 매우 값질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시도한 것이다.

“단순히 대회에서 상을 타기 위한 집단을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목소리로 만드는 하모니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 간 그리고 학생과 교사간의 하모니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죠.”

교장 선생님은 격려의 말씀으로 걱정 가득한 지도교사들의 마음에 이내 활활 타오를 불씨를 심어주셨다.




6월 1일, 떨리는 마음을 붙들고 대회라는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였다. 제목은 ‘꿈의 나침반’.

목소리로는 화음을 만들면서 긴장을 했지만 마음으로는 꿈을 키우고 그것의 방향을 세우면서 희망을 만들었다.

이러한 성장은 대회를 끝난 후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더 실감할 수 있다.
 
“선생님 저희 몇 등할 수 있을까요? 상 탈 수 있을까요?”와 같은 대화가 아닌 “선생님 이제는 무슨 곡 배워요? 내일 계발활동 시간에는 새로운 노래 배우겠죠?”와 같은 대화가 오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대화 덕분에 지도교사들도 ‘수상’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아이들부터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즐기는 모습에 교사들이 한 수 배운 것이다.

학생, 그리고 하모니. 가끔은 방과 후 학습이나 과제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고 마다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들에게 쉴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싶다. ‘합창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바로 그러한 명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지현 칠보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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