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 시선으로 제작된 매뉴얼
▨ KBS 드라마 ‘학교 2013’ 이민홍 감독=“학교폭력이 일어났다. 117신고센터가 생기고, 학교폭력전담경찰관도 생겼다. 지난 1년간 여러 분야에서 각종 조치들이 취해졌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 것이 있다.”
그가 짚은 문제는 폭력 사건 발생 후 조치가 대부분 타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부기재, 봉사활동 등 이러한 조치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반성의 기회를 주지 못한다”며 “이제는 원인분석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학교폭력의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 친구관계, 학교적응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내면을 보고 진정한 선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모든 매뉴얼이 어른들의 시선에서 제작됐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치를 취하는 관계자들은 합리적이고 합당한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청소년들의 감성이나 공감대 등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교사들은 문제 학생을 상담하면서 학생의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지만 옳은 지적이라 해도 방식이 진정한 뉘우침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교육에 있어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며 “학생부기재나 형사적 조치를 병행하더라도 징벌과 사랑을 동시에 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부모 개입하며 가해학생 죄책감 경감
▨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한재신 감독=“취재를 위해 학교폭력 피․가해 학생들을 만나면서 제가 느낀 두 집단의 공통점은 아이들이 상당히 외로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관심이 아닐까요.”
한 감독은 “건강한 가정환경이 아니고, 아이들에게 신경써주는 교사를 만나지 않는 한 많은 학생들이 12년 학교생활 동안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관심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은 어른을 믿지 못하고 심리적 괴리감을 느껴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한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자치회가 열리고 처벌 수위가 결정되고 해결되기까지의 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보면 상당히 긴 시간”이라며 “피해 학생은 얘기해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해 마음을 앓고 가해학생도 부모와 사회가 개입하면서 점차 죄책감이 경감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한 감독은 “폭력 발생 후 즉시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담은 매뉴얼 보급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꾸준한 관심만이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