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부터 강화된 부정행위자 제재규정에 대해 학부모 단체가 헌법소원과 징계무효소송, 입법청원 등 각종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수능부정을 엄격히 제재하지 않는 한 수능부정을 뿌리뽑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들이 수능시험 직전 '초고속 입법'으로 만들어낸 법에 대해 '균형을 잃은 지나친 처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학부모 단체의 주장은 수능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은 고등교육법이 지나치게 가혹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과 수능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에 대해 시험무효 조치 등을 내릴 때도 사안별로 경중(輕重)을 따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수능시험 직전인 이달 22일 개정ㆍ공포ㆍ시행된 고등교육법은 34조 4항에 '부정행위를 한 자는 당해 시험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 외에 '다음 년도 1년간 시험 응시자격을 정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34도 5항에는 응시자격 정지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교육부가 주관하는 어떤 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같은 조 6항에서는 응시자격 정지가 완료된 뒤 시험에 응시하려면 40시간 인성교육을 마치도록 했다.
당초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즉 휴대전화 단순 소지는 해당시험만 무효로 하는 등 부정행위자 처벌수위를 '해당시험 무효-차년도 응시제한-2년간 응시제한' 등 3단계로 구분하는 방안보다 훨씬 강화된 제재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측의 입장은 개정된 고등교육법 조항이 지나친 제재를 담아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수험생이 잘못한 만큼 벌이나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데 고등교육법 조항은 '일벌 백계' 식으로 제재만 강화해 수험생 중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헌법소원을 맡은 전성민 변호사는 "아직 법적 검토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부정행위자에 대해 해당 시험 무효는 몰라도 이듬해 시험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등교육법 자체를 문제삼을 뿐 아니라 교육부가 수능 부정행위 수험생에 대해 내린 수능시험무효 처분에 대해서도 개별 사안에 따라 징계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광주에서 있었던 수능 부정처럼 조직적ㆍ의도적인 경우와 MP3나 휴대전화를 단순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행위를 동등하게 처벌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담아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도록 입법청원을 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징계무효소송)을 통해 구제받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놓여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진행에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는 사실이다.
3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최종 승소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38조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기간 내에 선고가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이미 대학 원서접수와 합격자 발표까지 모두 난 상황에서 뒤늦게 승소한다면 표준점수 산정이나 대학지원 등에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시험무효처분을 받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헌재가 신속한 심리를 진행해 빠른 시일 내에 위헌결정을 내리고 교육부가 수험생에 대한 응시자격 제한 등 조치를 철회하기를 기대할 수는 있다.
또, 징계무효 가처분 등을 통해 일단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45명의 수험생이 단순히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부정행위로 처리된 사례가 있고 교육부는 올해도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어 '속전속결식' 해결은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