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통 세상> 1학년이 된 교수님

2005.09.27 12:07:00


"요즘 학생들은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단 말이야"라는 말 가끔 하시죠? 국가를 불문하고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교사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15년 동안 인류학을 가르친 레베카 네이턴(가명) 교수. 그는 수업시간에 발표도 별로 하지 않고 책도 미리 읽어오지 않으며 연구실로 교수를 만나러 오지도 않는 ‘요즘 대학생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다시 대학생이 되어보기로 결심, 안식년 동안 1학년을 다시 다녀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체험을 정리한 보고서 ‘나의 대학 1학년 생활’(My Freshman Year)이라는 책을 최근 출판했습니다.

물론 책은 가명으로 썼고, 큰 주립대학의 인류학과 교수라는 것만 밝혔는데요. 책의 내용이 참 흥미롭습니다. 네이턴은 기숙사에 살면서 강의 듣고 과외활동도 하고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1학년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학년이 된 교수님’은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준비를 제대로 안 해온다고 생각했는데, 학생 입장이 돼 보니 과목별로 동시에 내주는 자료를 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체험하고, 특정 강의가 좋아서가 아니라 시간대가 편해서 선택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겁니다. 다른 학생들처럼 ‘시간관리’를 하느라 사투를 벌였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부분의 과목에서 ‘B’학점을 받았다고 그는 이 책에 적고 있습니다.

네이턴 교수가 1년의 학생 생활을 통해 얻은 결론은 바로, ‘학생으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강단으로 돌아온 네이턴. 그는 과제물의 양을 20% 정도 줄이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뭘 먹는다 해도 시간이 없어 그럴 것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군요.

지금, 선생님도 학생들을 이해하기 힘드신 가요? 네이턴 교수처럼 직접 학생이 되어보지는 않더라도 학생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도 어느 정도는 그들만의 ‘고충’으로 너그럽게 보아 넘길 수 있지 않을까요.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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