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외교, 서울 배화여고에서 일일교사

2005.05.20 14:00:00

"스트레스 받으면 뭘 하시나요" "학창시절에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독도문제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어떤가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자고등학교(교장 전민자) 2학년 명반 교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34명의 '낭랑18세' 여학생들이 교탁 앞에 선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반 장관이 이날 50분간 일일교사로 나선 것.

엷은 푸른빛 넥타이로 '젊게' 코디한 반 장관은 "1963년 고교 졸업 뒤 42년만에 교실에 처음 서 본다"며 "나이 차가 많고 살아온 과정이 달라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며칠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반 장관은 "지금 여러분 나이에서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고교 때 가진 꿈을 이룰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며, 목표의식을 갖고 공부하고 실천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큰 꿈'을 품을 것을 강조했다.

마침 이 학급의 급훈이 '꿈과 땀'이었다.

반 장관은 "나는 고등학교 때 꿈이 외교관이었고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며 "첫번째 꿈을 이뤄 장관까지 됐으니 남들이 느낄 수 없는 행운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비록 일일교사지만 오는 그 두번 째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법 질문에 반 장관은 "우리 정책이 안풀릴 때, 국민의 기대는 높은데 잘 안될 때, 정부간 의견이 다를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이럴 때면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장남이라서 어머니가 아프시면 빨래와 밥도 하는 등 가사를 많이 도와야 했다"고 학창시절을 소개하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며, 피곤하면 창의력이 안 생기기 때문에 지칠 때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학생이 독도 문제를 묻자 반 장관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서기 512년부터 우리 땅이며 더 이상 (일본이) 시비거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며 "독도문제는 여러분이 걱정 안하도록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6월말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얘기할 것이며 더 이상 이런 얘기가 안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장관은 "공직자는 공(公)을 우선하고 사(私)를 뒤에 둬야 한다"고 전제한 뒤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가정을 못돌보더라도 사무실 일을 먼저해야 한다"며 "특히 외교관은 해외에서 특권과 면제를 많이 누리는 만큼 책임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쿠웨이트는 이제야 여성참정권이 통과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여권에 사진도 없다"며 "우리나라는 여성인권이 급속히 신장됐으며 여성외교관도 13%에 이른다"고 '양성평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 장관은 "북핵과 독도문제 때문에 중압감을 많이 느끼고 늘 걱정"이라며 고민의 일단도 드러냈다.

그러나 강연을 끝나고 밖으로 나온 반 장관 주변을 수십명의 학생들이 에워싸 악수를 청하고 사인을 요청하기도 하자 그의 입이 함박만큼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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