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동반자살은 "학교폭력 탓"

2005.04.14 16:01:00

유가족, 교문 앞 시신 놓고 항의 시위

아들의 학교 부적응과 신병문제로 일가족이 동반자살한 사건과 관련, 유가족들이 학교 앞에 시신을 운구해 놓고 "학교폭력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새벽 충남 공주시 정안면 H고등학교 앞에서 승용차에 불을 질러 아내 장모(44)씨와 딸(15)과 함께 동반자살한 이모(47·경기도 수원시)씨 가족의 친척들은 14일 이씨 등 3명의 시신이 든 관을 교문 앞으로 옮기고, 장기 농성에 들어갔다.

이씨의 동생(46·광주시 서구)은 "형님 집에서 교육부장관 등에게 보내는 탄원서가 발견됐다"며 "형님 가족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학교 폭력에 시달려 고통을 겪는데도 학교측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A4용지 6쪽 분량으로 남긴 탄원서에는 `아들은 2003년 학교에 입학해 동급생들에게 수없이 폭행당하고 폭언을 듣는 등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학교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너무나 기가 막혀 두서없이 죽음을 안고 하소연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또 `이 학교에서는 매년 수명의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따돌림으로 병들어도 말하지 못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철저히 조사해 학생들이 교내에서 병들고, 가정이 파탄되는 일을 막아주십시오'라는 부분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이 탄원서를 15일 청와대와 충남도교육청, 교육부 장관 앞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씨 가족 가운데 혼자 살아남은 아들 이모(18.고3)군은 바닥에 놓여있는 3개의 관을 바라보며 "학교에서 내게 정신과 치료를 강요했고, 내과 치료를 받고 왔는데도 교사가 공개적으로 `쟤는 정신질환으로 위험한 애니까 상대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동생은 "학교측이 조카를 정신질환자로 취급해 학생들로부터 `왕따'당하도록 유도했으니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들을 처벌해 달라"며 "고인이 남긴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이 군은 화장실과 교실 주변에서 각목을 들고 서성거리며 다른 학생들에게 위협을 주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 학부모에게 전학과 치료를 권유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군이 다른 학생들에게 `죽여 버리겠다. 내가 사고를 쳐 너희가 다쳐도 나는 정신질환자로 교도소에 안간다'는 등의 말을 계속해 학생들이 위협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집단 따돌림이나 폭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군이 다닌 H고등학교는 전국의 수재들이 시험을 통해 입학,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곳이며 이 군도 중학교 재학 당시 전교 1-2등을 도맡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씨 부부와 딸은 지난 11일 오후 9시께 학교로 찾아와 이 군을 데리고 나간 뒤 다음달 새벽 학교 교문 앞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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