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의 현주소⑥] 역차별 논쟁 멈추고 지혜 모으자

2026.10.23 13:58:51

수업 시간, 교사의 설명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 학생을 위해 쉬운 단어로 다시 풀어내거나, 개별적으로 안내하는 사이 교실의 흐름은 잠시 멈춘다. 이 짧은 단절이 반복되면서 전체 학생의 몰입도는 떨어지고, 때로는 학급 전체의 학습 진도와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는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에서 비이주배경학생들이 매일 겪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

 

다문화 교육 정책이 현장에 자리 잡아가면서 이른바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이 특정 학생들에게 집중될 때, 일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학교에 배치된 튜터나 협력 강사들의 지원이 주로 이주배경학생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기초학력 보장이 필요한 비이주배경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과 후 기초학력 교실조차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이주배경학생이 겉돌기도 한다. 그 결과 학습 태도가 우수한 비이주배경학생들의 전출이 이어지며 학교 전반의 학력 저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단순히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이기심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 안에서 모든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요’ 중심으로 통합 지원해야

 

소모적인 역차별 논쟁을 멈추고 모두의 학습 격차를 완화하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가장 먼저 ‘다문화 학생’이라는 꼬리표에 기반한 분리 지원에서 벗어나, 국적과 무관하게 ‘기초학력과 언어 지원이 필요한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장의 기초학력 진단 기준부터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 한정된 예산과 인력 안에서 비이주배경학생과 이주배경학생 모두가 제대로 된 처방을 받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문해력이나 수리력이 부족한 모든 학생에게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 바우처나 양질의 도서 인프라를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 배움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통합적 보충 학습 시스템이 마련될 때, 다문화 지원이 특정 집단만을 위한 특혜라는 오해가 잦아들 것이다.

 

촘촘한 인프라와 보편적 학습 설계

 

교실의 물리적 환경과 수업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입국 초기 학생들의 경우 별도 예비학급 등에서 한국어 몰입 교육을 제공해 수업 흐름이 끊기는 것을 방지하고, 교실 내 실시간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 언어 장벽을 낮춰야 한다. 무엇보다 학급당 협력 강사를 추가로 배치해 교사 혼자 짊어지고 있는 벅찬 짐을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이주배경학생들도 방치되지 않고 균형 있는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수업 내용 면에서는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휠체어를 위해 낮춘 인도 턱(Curb-cut)이 유아차나 무거운 짐을 든 사람 모두에게 편리함을 주듯, 교과 어휘를 시각화하고 단계적 비계를 제공하는 친절한 수업 방식은 이주배경학생뿐만 아니라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비이주배경학생의 개념 습득도 돕는다. 이는 특수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수업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다문화 교육은 누군가의 파이를 뺏어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 놓인 아이들이 각자의 보폭대로 나아가도록 공교육의 판을 다시 짜는 일이다. 역차별 논쟁을 멈추고, 이제는 “어떻게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실을 만들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비이주배경학생의 학습권을 온전히 지켜낼 때, 이주배경학생을 향한 포용 역시 굳건한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박민지 서울이태원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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