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육, ‘놀이냐 학습이냐’ 이분법 넘어야

2026.08.26 07:42:59

박건령 교수 국내외 문헌 분석

선행학습 장기효과 근거 부족
자기조절·언어 등이 학습 토대

유아가 주도하는 탐색에
교사 결합한 놀이 교육 제안

영유아교육을 ‘놀이 중심’과 ‘학습 중심’의 양자택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기 선행학습이 장기적인 학습 성과를 보장한다는 근거는 부족하지만 단순히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만큼 유아의 주도적 놀이에 교사의 전문적 안내와 교육내용을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건령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조교수는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포럼’ 여름호에 게재한 ‘영유아 사교육과 장기 학습역량: 놀이 중심과 조기학습 중심의 이분법을 넘어’에서 최근 5년간 국제 학술논문 12편과 국내외 정책보고서 4편을 검토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영유아 사교육이 빠른 한글 해득이나 영어 노출, 연산 선행 등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이를 장기 학습역량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기 학습역량은 언어·문해 능력과 개념적 이해, 탐구 능력뿐 아니라 과제를 지속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실행기능과 자기조절, 또래와 협력하는 사회정서 역량 등을 포괄한다. 결국 유아기에 중요한 것은 “이미 얼마나 앞서 배웠는가”보다 “앞으로 계속 배워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얼마나 단단하게 형성됐는가”라는 설명이다.

 

 

국제연구에서는 유아가 놀이를 주도하되 성인이 적절히 개입하는 ‘안내된 놀이(guided play)’와 교육내용을 놀이에 결합한 구조화된 놀이기반 교육과정에 주목했다. 관련 메타분석에서는 안내된 놀이가 직접교수보다 초기 수리력과 도형지식, 과제전환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고 자유놀이보다는 공간어휘에서 효과가 높았다.

 

박 교수는 이를 ‘내용충실형 놀이기반 유아교육’으로 제시했다. 유아의 자발성을 살리면서 교사가 교육목표와 개념을 고려해 환경을 설계하고 질문과 언어를 통해 놀이를 배움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는 “유아교육의 전문성은 바로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학업 성취가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장기추적 연구들을 보면 유아기의 초기 시험점수 상승이 이후까지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공공 유아교육 경험은 결석·유급 감소와 대학 진학, 졸업, 징계 감소 등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유아교육의 효과를 단기 시험점수보다 학교 참여와 학습 지속성, 자기조절, 사회정서적 안정 등 폭넓은 지표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유아 사교육 정책의 메시지도 ‘조기 선행’ 억제를 넘어 ‘장기 학습역량’ 형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레벨테스트와 서열화, 장시간 인지교습, 허위·과장광고 등 발달권을 침해하는 관행은 규제하되 공교육도 놀이 중심이라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언어·문해, 수리 추론, 과학 탐구, 사회정서 등에서 유아가 경험해야 할 핵심 내용과 개념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연계 강화도 과제로 꼽았다. 유아기에 형성된 언어와 탐구, 자기조절, 협력 경험이 초등학교에서 단절되면 부모가 다시 선행학습에 의존할 수 있는 만큼 이음교육을 행사 중심이 아닌 교육과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아이의 오늘을 빼앗는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다”면서도 놀이를 단순한 방임으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유아교육은 아이가 오늘을 충분히 살아가도록 하면서, 그 오늘 속에서 내일의 배움을 오래 지탱할 힘을 길러 주는 교육”이라며 영유아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혁신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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